“일본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공을 거뒀던 이유는…특정 지배주주를 대변하는 이익집단이 없기 때문이다.”
한 영국계 헤지펀드가 우리 정부가 다음주 월요일 발표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일본과 같은 접근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거버넌스포럼은 23일 논평을 통해 헤지펀드 헤르메스사의 아시아(일본 제외)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조나단 파인스의 글을 공유했다. 파인스는 지난해 말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에 대해 분석한 ‘그만하면 됐다’(Enough is enough)라는 보고서로 국내 업계에서 주목받은 인물이다.
파인스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게 유지함으로써 이익을 얻는 특정 집단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주가가 낮았던 이유는 주로 기업 거버넌스 문제가 아니라 재무구조 문제에서 비롯됐다”며 “지나치게 보수적인 경영 또는 관심 부족으로 자본주의가 최적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상황은 다르다고 꼬집었다. 파인스는 “한국에서 주가를 낮추는 이들의 행위는 다분히 의도적이며 이에 따른 경제적 이익 때문에 단순히 한국의 지배주주들에게 소액주주들을 착하게 대하라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며 “이들은 과거 소액주주를 희생시켜 이익을 추구해왔고 이러한 행동이 앞으로도 반복됨으로써 추가적인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의 금융당국이 최근 시행한 공매도 금지, 거래시간 연장, 온라인 주주총회 도입, 배당기준일 변경, 상장 후 의무예수기간 연장 등 정책에 대해서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적인 원인을 다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의 거버넌스 개혁을 위해 한국 자본시장의 법과 제도를 선진국 수준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높은) 상속세율이 그대로 유지되더라도 다음 조치들을 시행하면 코리아디스카운트가 해소될 것”이라며 △지배주주가 타회사 주식과 교환하는 강제 주식 스왑 종료 △주가 희석효과가 있는 주식 발행이나 교환 시 소액주주 승인 의무화 △기업 인수 시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특수관계자 거래의 소액주주 별도 승인 요구 △매입 자사주의 소각 등을 소개했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을 끌어올리고 있는 저 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에 대해서도 “지주회사의 경우 주가가 순자산가치 보다 낮게 거래되면 디스카운트 해소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며 “높은 현금 보유 기업은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자본비용 측면에서 보통주 대비 두 배 이상 비싼 우량주를 매입 소각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이유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