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에 주어진 생태적 전환… 생물 다양성을 인정하라

최재천의 곤충사회/최재천/열림원/1만8000원

 

생태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 사회생물학자로서 통섭적 연구의 토대를 마련했을 뿐 아니라 폭넓은 사회적 화두에 치열하고도 따뜻한 목소리를 내 온 최재천 교수의 에세이다. 거의 알려진 바 없던 ‘민벌레’를 최초로 세밀하게 들여다보며 연구한 찰스 다윈의 성선택 이론부터 ‘곤충에서 시작하여 거미, 민물고기, 개구리를 거쳐 까치, 조랑말, 돌고래, 그리고 영장류까지’ 전 생명의 진화사를 인문학과 아우르는 최 교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물음을 던진다.

이 책은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우리가 ‘곤충사회’를 비롯한 자연 생태계로부터 배워야 할 경쟁과 협력, 양심과 공정에 대해 그리고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로 인해 닥쳐오는 ‘어마어마한 일들’에 대해 두루 다룬 저자의 강연들과 2023년 열림원 편집부와 진행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최재천/열림원/1만8000원

책은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 ‘생명, 그 아름다움에 대하여’는 한때 생명의 아름다움을 읊는 시인이 되고 싶었던 저자가 유학을 떠나 생태학을 공부하게 된 삶의 여정을 찬찬히 풀어낸다. 사회생물학 대가이자 저자의 스승이 된 윌리엄 해밀턴, 에드워드 윌슨, 리처드 알렉산더 등과의 만남뿐 아니라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정말 희귀한 곤충’이었던 민벌레를 처음으로 연구하며 한 분야의 독보적인 전문가가 될 수 있었던 ‘아름다운 방황’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부 ‘이것이 호모 심비우스의 정신입니다’는 본격적으로 사회성 곤충의 세계를 깊이 들여다본다. 인간과 가장 닮았으나 인간보다 기꺼이 희생하며 조직 사회를 이루는 일개미들의 치열하고 경이로운 세계부터, 다른 듯 닮은 흰개미와 꿀벌의 진사회성까지 소개하고 제언한다.

3부 ‘자연은 순수를 혐오합니다’에서 저자는 아주 불편한 진실을 건넨다. 지구의 기반인 식물계가 무너지고 곤충이 사라지기 시작했다는 것. 이번 세기가 끝나기 전에 지구의 생물다양성 절반 정도가 사라지리라는 예측이다. 저자는 공장식 축산과 살처분 체제가 비윤리적일 뿐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유전자 다양성을 말살하고 있는지, 인간 없는 세상이 얼마나 균형 있고 건강한 생태계일 수 있는지 가감 없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는 사회생물학자입니다. 사회를 구성하고 사는 동물의 생태와 진화를 연구하는 학자입니다. 이 책은 그동안 제가 관찰한 호모 사피엔스의 기이한 행동에 관한 보고서입니다. 읽으시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귀한 경험을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