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빅5’ 병원 중 하나인 삼성서울병원이 암병원 중환자실의 환자를 내과계로 옮기는 등 일부 중환자실의 통합 운영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전공의 집단 사직에 따른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자구지책이지만 일각에서는 소극적인 진료가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25일 세계일보 취재 결과,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23일부터 병상 수가 14개인 암병원 중환자실 환자 일부를 내과계 중환자실로 옮겨 치료하고 있다. 통합 이후에도 내과계 중환자실의 병상은 기존대로 16개만 가동되고 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상태가 호전된 암병원·내과계 중환자실 환자는 일반 병동으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암병원 중환자실은 응급 상황을 대비해 기존 의료 인력 일부가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병상엔 단 한 명의 환자도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이 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A씨는 “환자들이 치료받는 물리적인 공간만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암병원 중환자실 의료진 일부가 내과계 중환자실로 이동하고, 필요한 검사·치료 모두 똑같이 이뤄지고 있어 환자 피해는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A씨는 “의료 파업의 영향임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공의 파업이 시작된 이후 진행한 내부 회의에서 줄어든 인력으로 인한 환자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으로 이 같은 대책이 제시됐다는 설명이다.
중환자실 통합과 관련해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현재 중환자실은 중환자 수요에 따라 적정 운영 중이며 진료에는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전공의 파업 이후) 환자 수 감소로 중환자 수도 줄어 탄력적으로 중환자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어떤 상황이 확정적으로 고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경우 병원 관계자들의 설명과 달리 통합된 중환자실에서 현상 유지를 위한 소극적인 의료 조치만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빅5 병원 내과계 중환자실에서 일했던 간호사 B씨는 “다른 과 환자들이 한곳에 모여 있는 경우 당장 처치를 안 해도 응급상황이 생기지 않을 정도라면 적극적인 의료행위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대한중환자의학회 소속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중환자는 각 과의 중환자 전담의가 진료하지만 내과계 중환자 전담의는 대부분 호흡기내과 의사가 진료하고 있어 과별로 칸막이를 둬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의료진 피로도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 장기화하면 중환자실 통합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공의들이 집단사직하고 병원을 빠져나간 뒤 맞은 첫 주말인 25일 3차 병원인 상급종합병원은 외래진료가 없는 주말 특성으로, 환자들이 간간이 눈에 띌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응급실 앞에 길게 늘어선 대기줄도 볼 수 없었다.
이날 충청지역 대학병원과 대전 을지병원 응급실 앞엔 전공의 단체행동으로 진료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충북대병원은 기존 7~8명(전문의 1~2명, 전공의 6명)의 응급실 근무를 주·야간으로 개편했다. 응급실 소속 전문의 7명이 주간 2명, 야간 2명 체제로 근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