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분기 물가 상승률 3.4%… 농산물 15.0% ‘껑충‘

모든 시·도서 오름세

지난해 4분기 전국 모든 시도에서 물가가 전년 동분기 대비 상승하며 물가 오름폭이 3.4%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농산물이 15.0% 오르는 등 먹거리 위주로 상승세를 보이면서 세종 등 2곳을 제외한 전국 15개 시도에서 물가 상승폭이 3.0%대를 기록했다. 지난달 버스·병원비 인상 등에 따라 공공서비스 물가가 27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유가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어 향후 물가 경로에 변수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4분기 및 연간 지역경제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소비자물가는 전국 17개 시도에서 모두 오름세를 기록하며 전년 동분기보다 3.4% 상승했다. 물가 상승폭은 지난해 1분기 4.6%에서 지난해 2분기와 3분기 각각 3.3%와 3.1%로 하락했지만 4분기에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다.

지난 20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물건을 구매하고 있다. 뉴시스

품목별로 보면 농산물에서 15.0%, 가공식품과 외식에서 각각 4.7%, 4.6% 오르는 등 먹거리 위주로 가격이 상승했다. 지역별로는 서울과 부산의 물가 상승폭이 3.7%로 전국 시도 중 가장 높았다. 특히 서울에서는 농산물의 물가 상승폭이 19.5%에 달했다. 전국 17개 시도 중 세종(2.7%), 제주(2.7%)를 제외한 15개 시도는 물가 상승폭이 3%대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폭이 3.6%를 기록한 광주의 경우 가공식품 물가가 5.0% 올랐다.

 

문제는 이런 물가 상승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2.8%로 6개월 만에 2%대로 낮아졌지만 부문별로 오름세가 지속되는 품목도 많았다. 실제 상승폭이 15.4%에 달한 농산물 외에 공공서비스 물가 오름세도 계속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공공서비스 물가는 1년 전보다 2.2% 올랐다. 이는 2021년 10월 6.1% 상승한 뒤 27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오른 것이다.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원에 따른 기저효과가 컸던 점을 감안 2021년 10월을 제외할 경우, 올해 1월 상승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0월(2.3%) 이후 14년 3개월 만에 가장 컸다.

 

공공서비스 물가가 오른 건 시내버스·도시철도 등 대중교통 요금과 외래·입원진료비 등 병원비가 상승한 때문이다. 공공서비스를 구성하는 30개 항목의 1월 물가 상승 기여도(전년동월비)를 보면 시내 버스료가 가장 컸고 택시요금, 외래진료비, 도시철도료, 치과 진료비, 입원진료비, 하수도료 등 순이었다. 각 지자체에 따르면 대전 시내버스 요금은 1월1일부터 1500원으로 250원 인상됐고, 대구 시내버스·도시철도 요금도 1월13일부터 1500원으로 올랐다. 외래진료비도 1월 새로 적용되는 수가가 인상되면서 1년 전보다 2.0% 올랐다.

지난 21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사과를 고르는 시민. 연합뉴스

향후 물가를 위협할 복병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과일 등 농산물 가격이 좀처럼 안정되지 않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사과(후지·상품)는 10개 2만9235원으로 1년 전(2만3016원)보다 27.0% 높은 가격을 형성했고, 단감도 2만1413원으로 1년 전 가격(1만1956원) 대비 79% 높았다. 대파도 1㎏ 기준 가격이 4505원으로 1년 전(3429원)보다 31.4% 올랐다. 설 명절 이후 수요가 꺾여 가격이 안정될 것이란 정부 기대와 달리 농산물 가격이 여전히 고공행진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유가도 오름세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25일 기준 전국 보통휘발유 가격은 ℓ당 1633.74원, 자동차용 경유는 1535.47원을 기록했다. 한 달 전(1월25일)보다 각각 67.87원, 60.63원 올랐다. 정부가 2~3월 물가 상승폭이 3% 내외로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본 것도 유가 불안을 우려한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공공서비스 추가 인상도 예고돼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7일부터 지하철 기본요금을 1400원(교통카드 기준)으로 150원 인상한 데 이어 이르면 오는 7월 150원을 추가 인상할 방침이다. 인상 후 지하철 기본요금은 1550원이 된다. 서울 시내버스의 경우 지난해 8월12일부터 인상된 요금(1200원→1350원)이 적용됐다. 서울시는 경기도·인천시 등 통합 환승할인제에 참여하는 관계 기관들과 협의하고 공청회 등을 거쳐 정확한 인상 시기를 결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