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대 불가리아 원전 수주, K원전 재도약 신호탄이다

현대건설이 약 140억달러(18조7000억원) 규모의 불가리아 원자력발전소 건설공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현대는 원전 2기를 신설하는 프로젝트(8조∼9조원)를 맡는다. 현대가 해외에서 원전사업을 따낸 것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이다. 세계적 건설사인 벡텔, 플루어 등을 제치고 이룬 성과라 더욱 의미가 크다. 윤석열정부의 원전 생태계 복원과 적극적인 K원전 지원책의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전 수출에 다시 속도가 붙은 모양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22년 8월 25억달러(3조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지난해 루마니아에서도 6월과 10월 각각 2600억원 규모 삼중수소 제거 설비 계약과 1조원에 달하는 체르나보다 원전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현대의 불가리아 원전 시공까지 더하면 한국의 원전 수출 규모는 최대 14조원에 이른다. 지난 정부의 탈원전 흑역사를 지우는 동시에 원자력 산업 재도약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길 기대한다.



현재 세계는 에너지 공급망 위기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원전 르네상스로 불릴 만큼 신규 원전 건설이 한창이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건설을 진행하거나 계획을 추진 중인 원전은 100기에 달한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반도체, 전기차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원전 수요는 더욱 급증할 전망이다. 대형 원전 외에 안정성과 경제성이 뛰어난 소형모듈원전(SMR) 시장도 급격히 커지고 있다. 한국은 2012년 세계 최초로 소형원자로 표준설계 인증을 획득해 SMR 선도국으로 평가받았지만,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주변국으로 밀려났던 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다.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민간과 정부가 원팀을 이뤄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2일 민생토론회에서 “원전이 곧 민생”이라며 “정부는 올해를 원전 재도약의 원년으로 만들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향후 5년간 4조원의 자금을 투자한다고도 했다. 취약해진 인력 확충과 기술 확보를 통한 원전 생태계 회복이 급선무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방폐물)을 처분하는 방폐장 건설 문제도 시급한 해결 과제다. 2월 임시국회에서 여야가 특별법 처리에 나서야 마땅하다. 원전을 수출하는 나라가 제대로 된 방폐장 하나 없다는 게 말이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