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사람이 줄어서 좋네요.”(50대 직장인 김모씨)
“줄 설 곳이 더 좁아졌어요.”(20대 직장인 이지훈씨)
퇴근 시간대 고질적인 정체로 악명 높은 서울 명동의 버스 정류장이 지난 24일부터 이용객을 분산하는 방식으로 혼잡도 개선에 나섰다. 당초 노선별 버스 표지판 제도를 도입했다가 무산시킨 지 한 달여 만에 보완책을 내놓은 것이다. 시민들의 엇갈린 반응 속에, 이용객을 분산하며 당장의 혼잡도는 개선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지만, 광역버스를 이용하는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프라를 개선하는 것이 근본 대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의 개선 대책이 시행되고 첫 월요일인 26일 명동 입구 버스 정류장. 수년째 이곳에서 용인행 5000번 버스를 타고 다닌다는 50대 A씨는 “평소보다 확실히 사람이 줄어든 것 같다”며 “타는 곳의 위치가 바뀐 것도 아니라서 별다른 불편을 못 느꼈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 분당구에서 버스를 타고 다니는 50대 김모씨도 “일단 사람이 줄어서 만족스럽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탑승 장소가 이번에 신설된 우리은행 앞 청계천 광교 정류장으로 바뀐 시민들은 불만을 표시했다. 20대 직장인 이지훈씨는 “기존 정류장보다 이곳 인도가 더 좁다“며 “버스 줄이 주차장 입구를 가로막아 기다리는 동안 몇 번이고 자리를 비켜 줘야 했다”고 말했다. 계도요원에게 정류장 위치를 묻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시는 버스 정류장을 분산하면서 기존 정류장에 있던 3개 노선은 약 40m·200m 뒤의 정류장으로 이동하고, 5개 노선은 광교 정류장으로 옮겼다. 기존에 1m 간격으로 빽빽하게 들어서 있던 표지판이 혼잡을 유발한다는 지적에 따라 승차장을 아예 분산한 것이다.
버스 정류장에 대한 잦은 정책 변경에 혼란을 느끼는 시민들도 많았다.
수원에서 버스로 출퇴근을 한다는 직장인 박모(36)씨는 “매번 바뀌는 상황을 인지하는 것도 피로하게 느껴진다”며 “시행 첫날 혼란을 고려해 퇴근 때는 우회하더라도 지하철을 타고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류장의 위치를 분산하는 것으로 당장의 혼잡도는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강남대로에서도 (명동입구와) 비슷한 현상이 있었는데, 버스중앙차로에 몰리던 광역버스를 가로변 정류장으로 분산해 조절했다”며 “이곳 일대 버스전용차로의 정체에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수(교통시스템학)는 “세밀한 분석 없이 도입했던 (노선별 버스 표지판) 때와는 다르게 사전 시뮬레이션을 통해 도입한 조치라 일정 수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정체 해결을 위해서는 인프라 확대가 뒤따라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유 교수는 “광역버스가 불편해져 시민들이 승용차를 이용하기 시작하면 광역 교통 문제는 악화한다”며 “이번 조치에 그치지 말고 계속해서 버스전용차로 상습 정체 구간 개선 등의 중·장기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구원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이번 대책이 안착할 경우 명동 입구 정류장의 버스 대기 줄이 평균 312m에서 93m로 줄고, 일반차량 통행 속도는 시속 17.9㎞에서 21㎞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시는 분산 후에도 문제가 여전히 심각할 경우 도심을 관통하는 광역버스 노선을 조정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