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를 해소하기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26일 발표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상장기업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계획을 공시하도록 유도하는 내용이 골자인데, 강제력은 없어 기업의 자율적인 참여를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밸류업 프로그램 공개 당일 코스피는 0.77% 하락한 2647.08에 마감했다.
금융위원회와 유관기관은 2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를 통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이 프로그램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수립·이행·소통 지원 △기업가치 우수기업에 대한 시장평가 및 투자 유도 △전담 지원체계 구축이라는 세 가지 틀로 추진된다.
먼저 상장기업이 자율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에 따른 우수기업 표창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기업가치 우수기업은 현재 개발 중인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담아 연기금이 참고하거나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만들어 투자를 유도한다. 밸류업을 중장기적인 과제로 추진하기 위한 전담 지원체계도 한국거래소에 이미 구축 중이다. 증권업계 안팎에서 큰 관심을 보낸 세제 지원책은 추후 공개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상장기업이 주주 환원을 위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지 않더라도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인세 감면 컨설팅 등 공개된 인센티브도 대부분 중소기업 위주 지원책이라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적인 원인인 대주주 위주 지배구조, 소극적인 주주 환원 등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중장기적인 증시 부양을 목표로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자본시장 선진화를 중점 과제로 삼아 상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며 “기업·투자자 등과 충분히 소통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단어가 없어질 때까지 구체적인 내용을 지속적이고 단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밸류업 방안 기대감이 사라지자 코스피는 하락했고, 코스닥도 0.13% 떨어졌다.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로 그간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주로 꼽혔던 자동차, 금융, 증권 종목 위주로 주가가 급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