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더 미룰 수 없는 의료개혁

개혁 지체 땐 필수·지역의료 붕괴될 판
국민·의료인 모두를 위해 반드시 완수

“제 꿈은 낙후되어 있던 우리 지역병원, 의료진의 역량을 키워 가장 고난도 수술도 우리 병원에서 끝내 환자를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20년 동안 바쳐왔던 꿈이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 겁이 납니다. 지역의료에 체감할 수 있는 도움을 주신다면, 저희도 지역민 옆에서 끝까지 지키겠습니다.”

지난 2월 1일 민생토론회에서 충북 심뇌혈관센터장님의 절절한 호소는 참석자들뿐 아니라 방송 등을 통해 이를 지켜보던 모든 이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줬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그간 대한민국 의료는 의료진의 노고와 희생, 국민에게 신뢰받는 건강보험제도 등을 바탕으로 단기간 내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필수의료 기피 심화, 지역의료 약화 등이 시작되며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벼랑 끝 위기에 서 있다. 의료 정상화를 위한 의료개혁이 계속 지체되며 결국 필수·지역의료가 붕괴 직전의 상황까지 내몰린 것이다.



이에 정부는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절박감으로 그간 시도하지 못했던 담대한 의료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국민이 신뢰하고 의료인은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새로운 의료생태계로의 근본적 변화를 목표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하였다.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그리고 보상체계의 공정성 제고 등 4대 개혁과제가 그 핵심 내용이다.

첫째, 역량을 갖춘 의료인력을 충분히 확보하려 한다. 27년간 한 번도 늘지 않은 의대 정원을 2035년 수급 균형 달성이 가능하도록 2025학년도부터 2000명을 증원한다. 증원을 계기로 의대 교육의 상향 평준화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수급 추계에 따른 정원 조정시스템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정상적인 수련환경에서 임상 역량을 충분히 쌓을 수 있도록 전공의 수련체계를 혁신하고, 전문의 중심병원으로의 단계적 전환을 통해 수련을 마친 뒤에도 병원에 계속 남을 수 있도록 좋은 전문의 일자리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둘째, 지역의료를 강화하겠다. 경증이든 중증이든 지역에서 안심하고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대학병원부터 동네의원까지 필수의료 협력 네트워크를 만들고, 국립대병원과 지역의 2차 민간·공공병원을 필수의료 협력거점으로 집중 육성한다. 올해 하반기부터 네트워크 기반 지역의료혁신 시범사업을 신설하여 권역별로 3년간 최대 5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자한다. 이와 함께 의대 지역인재전형을 60% 이상으로 늘리고 정주 지원과 연계한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신설로 우수인력이 지역에 남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

셋째, 환자와 의료인 모두를 위한 의료사고 안전망을 구축하겠다.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제정하여 환자의 권리구제를 위해 의료인의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조정·중재를 거쳐 공정한 감정 기회를 보장하려 한다. 또한 형사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의료진이 진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

넷째, 공정한 보상체계를 만들겠다. 우선 필수의료 분야에 5년간 10조원 이상 집중 지원한다. 중증응급, 소아, 분만 등 필수의료 분야 수가를 대폭 인상하고, 행위별 수가제로 보상이 어려운 필수영역은 공공정책수가와 대안적 지불제도를 통해 보상한다. 보상체계를 왜곡하는 비급여에 대한 관리도 강화하여 비중증 과잉 비급여의 혼합진료는 금지할 방침이다.

정부는 오로지 국민만을 보고 담대한 의료개혁을 반드시 실천, 완수할 것을 약속드린다. 과거 개혁 실패를 거울삼아 열린 소통을 통해 대한민국 의료의 새 틀 짜기에 과감히 나서겠다. 중증·필수 분야 수가 개선,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등 체감할 수 있는 과제는 빠르게 추진하고, 구조 개혁과제는 대통령 직속의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이행계획을 구체화하겠다.

의료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국민 여러분의 변함없는 관심과 지지를 요청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