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9일 복귀’ 최후 통첩, 전공의들 마지막 기회 놓쳐선 안 돼

전공의들의 업무 거부가 일주일을 넘기면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는 등 의료 공백이 심화하고 있다. 창원에서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인 신생아가 의료진 부족 등 이유로 거절당하다가 3시간 만에 응급실을 찾아 위기를 넘겼다. 대전에선 80대 심정지 환자를 태운 구급차가 병원 7곳에 전화했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어 환자가 숨지자 정부는 의사 집단행동 영향이 있는지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암 환자들의 입원과 수술도 지연되고 있다. “중환자들은 죽으란 말입니까”라는 애끓는 호소를 전공의들이 언제까지 외면할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국민 피해는 의사들 책임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 의사들이 제 밥그릇을 지키려고 환자들을 내팽개치고 떠난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문명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벌써 네 번째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는 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국민 70∼80%가 의대 증원에 찬성하고 있지 않나. 그럼에도 전공의 9000여명은 의대 증원 계획 전면 철회 등 7개 요구 사항을 내건 채 버티고 있다. 뭘 믿고 이러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문제는 의료계 내홍이 커 자체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끝까지 저항하겠다”며 강경 투쟁 방침만 고수하고 있다. 징계·사법처리를 앞둔 전공의들을 의협이 무슨 수로 책임진다는 말인가. 의협의 대표성을 문제 삼으며 중재에 나선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도 전공의 설득에 실패해 역량 부족이 드러났다. 성대 의대 교수협의회 설문조사에서 의대 증원 찬성이 55%로 나타나 전공의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사회지도층인 의료계가 이 정도 수준밖에 안 되는지 답답하다.

 

정부는 어제 29일까지 전공의들이 병원에 복귀하지 않으면 사법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 의대 증원을 해도 10년 뒤에나 의사들이 늘어난다”며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최소한의 필수 조치이고, 협상·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봐야 한다. 전공의들이 거부할 경우 면허정지 처분과 사법처리를 피할 수 없다. 정부는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 등 관계자 5명을 경찰에 고발, 원칙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전공의들은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환자 곁으로 복귀한 뒤 정부와 대화를 이어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