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나고 단합이 다시 한 번 제일 중요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달 4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예방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 한 말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총선에 즈음해서 친문(친문재인)과 친명(친이재명)을 나누는 프레임이 있는 것 같은데 안타깝다”며 재차 ‘명문(이재명·문재인) 정당’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나 불과 한 달도 채 안 돼 공천 파동 속에 이 구호가 헛말이 된 모양새다.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가 27일 ‘문재인의 남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사실상 컷오프(공천 배제)한 데다 친문(친문재인)계 고민정 의원마저 같은 날 최고위원직을 던지면서다. 당 안팎에서는 명문 정당이 아니라 ‘명문 전쟁’·‘멸문 정당’이란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당내에서는 임 전 실장의 컷오프가 4·10 총선 이후 다가올 친명·비명(비이재명)계 간 당권 다툼의 ‘전초전’ 중 하나라는 평이 파다하다. 민주당은 총선 이후 올해 8월 당 지도부 구성을 위한 전당대회를 치를 예정이다. 임 전 실장의 경우 이번 선거에서 이겨 원내에 진입하면 전당대회 국면에서 비명계의 구심점 역할을 맡을 것이란 전망이 계속 나온 터다.
당장 지난 1월 당내 비주류 모임인 ‘원칙과상식‘ 소속 김종민·이원욱·윤영찬·조응천 의원이 탈당을 고심할 때 임 전 실장이 같은 문재인 청와대 출신인 윤 의원에게 민주당 잔류를 설득하면서 ‘당 밖에서가 아니라 당 안에 남아 싸워서 바꾸자’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실장 측은 이날 컷오프 결정 이후 향후 행보를 놓고 숙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실장은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낼 예정이다. 임 전 실장 측은 “지역구 이동 외 모든 안을 열어두고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총선 출마 포기 후 전당대회에 나설 것을 시사하거나 탈당 후 무소속 출마 등 여러 선택지가 놓여있는 상황이다.
당내 친문·비명계 현역 의원의 집단 움직임도 감지된다. 하위 10% 통보를 받은 설훈 의원의 경우 사실상 28일 탈당 선언이 예상된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를 빠져나오다 기자들을 만나 “고별사를 했는데 (자세한 건) 내일(28일) 아침에 전하겠다”고 했다. 이날 탈당 선언한 박영순 의원에 이어 설 의원도 이낙연 전 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미래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설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에서 탈당을 결심한 의원이 5명 안팎이라고 말한 바 있다. 친문계 좌장인 홍영표 의원도 하위 10% 통보 사실을 공개하며 거취에 대해선 “저는 (컷오프 등) 결과에 따라 대처할 것”이라고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