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7일 만학도들의 졸업식을 찾아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서 여러분이 자랑스럽고, 감사하다”며 넙죽 큰절을 올렸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일성여자중·고등학교 졸업식 축사에서 “저는 인삼의 고장 충청남도 금산군에서 10남매 중 열 번째 막내로 태어났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저의 어머니는 1921년생이니 살아계셨으면 104세”라며 “저의 어머니는 ‘무학’이셨지만, 말씀은 잘하셔서 ‘변호사’라는 별명을 갖고 계셨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말하기 전, 정 최고위원은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큰절 한번 올리고 인사말 하겠다”며 객석에 앉은 졸업생들에게 큰절을 했다.
자신이 여섯 살이 된 해 호롱불 밑에서 어머니가 홀로 한글을 깨우치기 시작했다면서, 이듬해 ‘막내야 이리 와라’는 말과 함께 모친의 한글 교육이 시작됐다고 정 최고위원은 떠올렸다. 그 덕에 초등학교 입학식 날 ‘자기 이름 쓸 줄 아는 애 손 들어봐’라는 선생님 말에 번쩍 손 들고 칠판에 이름 석 자를 써 반장이 됐고, 동네 사람들이 ‘서울대(서울에 있는 대학)’라 부르는 대학교에 진학해 국회의원까지 됐다고 그간의 인생을 정 최고위원은 돌아봤다.
이러한 이유에서 자신이 존경하는 인물로 주저 없이 어머니 이름을 쓴다는 정 의원은 “오늘의 대한민국은 강제징용 끌려가고, 6.25 때 인민군한테 끌려가서 죽을 뻔하다 살아오시고, 나는 못 배웠어도 자식들만큼은 허리띠 졸라매고 교육시킨 우리 어머니, 아버지 덕분이라 생각한다”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누군가 자신에게 앞으로 존경하는 인물을 두 명 더 쓰라고 하면 그 옆에 일성여중·고의 이선재 교장을 적고, 그 옆 또 다른 칸에는 ‘일성여중·고 졸업생들’이라 쓰겠다고 덧붙였다.
정 최고위원은 “오늘은 저의 어머니가 졸업장을 탄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면서, 행사를 마치고 돌아가 집 서재에 있는 어머니 사진 앞에서 ‘일성여중·고 축사 잘하고 왔습니다’라고 말하면 ‘막내야 잘했다’는 답을 받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최고위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글을 올려 “올해 최고령 졸업생은 89세 김재술 어머니인데 계속 학업을 이어갈 생각”이라며 “졸업생들은 학업을 중단하지 않고 고등학교, 대학교로 진학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말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며 “자랑스럽다”고 했다.
일성여중·고는 여러 사정으로 제때 학업을 마치지 못한 40대 이상 여성 만학도들이 중·고교 과정을 공부하는 2년제 학력인정 평생학교다. 매년 수능일이 다가오면 못다 한 꿈을 펼치고자 수능 보는 ‘수험생’들을 위한 응원 행사가 열려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