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합계출산율 0.72명까지 추락… 한국 ‘국가소멸’ 초읽기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72명까지 추락했다. 2022년 처음으로 0.8명대가 무너진 뒤 이제는 0.6명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 저출산은 생산연령인구를 줄여 경제성장률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입학생이 없어 학교는 문을 닫고 병력 급감에 국방력은 고갈된다. 고령인구가 폭증하면서 국민연금 등 각종 공적연금의 재정이 악화되면서 국가채무는 천정부지로 증가하게 된다. 국제사회로부터 ‘집단자살사회’ ‘흑사병’이라는 오명을 들었던 한국 사회가 점점 ‘국가소멸’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출생·사망 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명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0.06명 줄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합계출산율 하락 속도는 더 빨라졌다. 합계출산율은 지난 2020년 0.84명에서 2021년 0.81명, 2022년 0.78명으로 0.03명씩 하락했는데, 지난해는 그 두 배인 0.06명이 줄었다. 인구가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출산율은 2.1명인데, 한국의 출산율은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4분기의 경우 합계출산율은 0.65명까지 떨어졌다. 처음으로 분기별 합계출산율이 0.6명대를 기록한 것이다.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코로나19로 혼인 건수가 감소하면서 그 영향으로 지난해 조금 더 큰 폭으로 감소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국의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압도적으로 꼴찌다. 지난 2013년부터 11년째 최하위를 기록 중인데, OECD 평균(1.58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37개국은 모두 1명 이상이었고, 한국 다음으로 낮은 스페인도 1.19명으로 우리와 격차가 컸다.

 

작년 합계출산율을 시도별로 보면 1명대를 기록한 지역은 한 곳도 없었다. 2022년 1.12명이었던 세종마저 0.97명으로 하락했다.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0.55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서울 중 관악구의 경우 합계출산율이 0.38명에 그쳤다.

 

지난해 연간 출생아 수는 23만명으로 2022년(24만9200명) 대비 1만9200명(-7.7%) 감소했다. 197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다. 1974년 92만2800명이었던 출생아 수는 2008년 46만5900명으로 34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다. 여기서 다시 절반으로 감소하는 기간은 16년으로 더 단축됐다.

 

한 공공산후조리원에서 직원들이 신생아를 돌보고 있다.연합뉴스

첫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는 나이는 33세로 2022년보다 0.1세 높아졌다. 둘째와 셋째를 낳는 엄마의 평균 출생연령도 34.4세, 35.6세로 조사돼 전년보다 각각 0.2세, 0.1세 상승했다. 이에 따라 엄마의 평균 출산연령은 33.6세로 전년보다 0.1세 증가했다. 35세 이상 고령 산모 비중은 36.3%로 2022년 대비 0.6%포인트 늘었다.

 

사망자 수가 2만명 이상 줄었지만 큰 폭의 인구 자연감소세는 계속됐다. 지난해 사망자 수는 35만2700명으로 2022년(37만2900명)보다 2만200명 감소했다. 하지만 출생아 수도 2만명 가까이 준 탓에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를 뺀 인구자연 감소폭은 12만2800명으로 2022년(-12만3800명)과 비슷했다. 인구는 2020년부터 4년째 자연감소하고 있다.

 

저출산에서 비롯된 인구 절벽은 한국 사회의 각 분야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우선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성장률 하락이 예고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노동연령인구(30~64세)가 1%포인트 줄어들 경우 경제성장률은 0.38%포인트 감소한다. 생산연령인구는 2016년 3759만6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3657만2000명으로 최근 8년간 102만4000명 줄었다. 이후 2039년이 되면 2955만2000명을 기록해 처음으로 3000만명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6년 뒤부터 연평균 50만명씩 생산연령인구가 줄어드는 셈이다.

 

국가재정도 비상이다. 성장률 하락에 세수가 줄어드는 가운데 고령인구 폭증에 따라 여기에 연동되는 의무지출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 재정으로 마련되는 기초연금 외에 별도의 회계로 구분되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이 소진돼 정부가 적자국채를 발행해 메울 경우 국가채무는 더 크게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다. 국민연금은 2055년 소진되고, 건강보험 적립금은 이르면 2028년 고갈될 것이란 예측이다.

 

교육 현장에는 아이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2024~2029년 학생 수 추계’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수가 내년 31만9935명으로 줄어들고, 2026년에는 29만686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생 여파로 올해 신입생이 없어 입학식을 치르지 못하는 초등학교도 157개로 집계돼 2020년(118개교)보다 39개 늘었다.

 

병력 감소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20세 남자 인구 감소에 따라 신규 병력 자원 규모는 2022년 27만만명에서 2040년 16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이 나쁘게 나왔는데, 결혼이 재작년부터 누적돼 늘어나고 있는 데도 출산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한 사인”이라면서 “이제는 몇몇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면 안 되고, 정부의 국정기조 자체가 저출산에 맞춰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가령 거주 지원 100만원씩 몇 달 줘도 집값 1억 오르면 소용이 없다”면서 “집값을 연착륙시켜야 하고, 교육 개혁을 통해 사교육비가 들지 않게 만드는 등 모든 부처가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