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 홈 지역은 각 지방자치단체 및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등 유관 기관이 의견 조율을 거쳐 선정하는 전국 인구감소지역 가운데 1주택 특례지역이다. 정부가 지난달 초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 포함된 내용이다.
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세컨드 홈은 서울 등 비인구감소지역의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에 주택을 한 채 더 구매할 경우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에 대해 1주택자와 동일한 특례 혜택을 주는 제도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현재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은 총 89곳이다. 인구감소지역은 5년 단위로 지정하는데 2021년 처음 시행돼 2026년까지 유지된다.
전문가들은 세컨드 홈 정책이 정부의 의도대로 지방경기를 활성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 행정2부시장을 지낸 도시 정책전문가 진희선 연세대 교수(도시공학)는 “은퇴에 가까운 분들이 고향이나 시골에 집 하나 장만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며 “집이 생길 경우 인구소멸지역에 생활인구가 늘어날 것이고, 이들이 세컨드 홈을 베이스캠프 삼아 그 지역에 적응할 경우 이분들이 거주인구로 바뀔 수 있다”고 세컨드 홈 정책 효과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진 교수는 “생활인구나 거주인구가 늘어나면 거주지 리모델링, 인테리어부터 음·식료품까지 그 지역 소비가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낙수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큰 도시 특례 지정 ‘투기판’ 초래해”
하지만 세컨드 홈 도입 과정에서 주택 가격, 규모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수도권과 부산·대구 내 9곳, 수도권 인근, 도·농 복합도시 등 규모 있는 도시들이 세컨드 홈 지역으로 지정될 경우 자칫 ‘투기판’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현재 89곳의 인구감소지역 중 군 단위 지방뿐 아니라 부산 동구·서구·영도구, 대구 남구·서구 등 광역시 일부도 포함돼 있다. 수도권에서는 인천 강화군·옹진군, 경기 가평군·연천군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권대중 서강대 교수(부동산학)는 “인구감소지역이라고 다 특례를 적용하면 투기판이 벌어질 수 있다”며 “수도권과 천안, 원주 같은 도·농 복합도시, 지방 대도시 등 규모가 있는 시도는 제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또 “세컨드 홈도 상한선을 규정해야 한다. 가격은 3억원 이하, 주택 규모는 85㎡ 이하가 적당하다”며 “이 이상은 세컨드 홈이 아니라 ‘호화주택’이고, 3억원 이상으로 상한선을 설정할 시 지방주택 시세를 끌어올려 지역민들의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해서 “이렇게 규제를 가하는 대신 확실한 유인 요인도 제공해 줘야 한다”며 “취득세, 양도소득세 등을 아예 면제해 주는 방안도 고려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교수(부동산학)도 세컨드 홈 지역 지정이 치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현재는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도시계획이 세워져 있거나 지리, 환경적 영향으로 발전가능성이 높은 지역이 있다”며 “이러한 곳들을 세컨드 홈 지역으로 지정할 경우 시세차익을 노리고 들어오는 세력들에게 문을 열어주는 꼴이 된다”고 경고했다.
◆“경기 연천 등 접경지역 투기판 우려 비현실적”
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고려해 수도권 및 대도시 지역에 관해서는 기초단체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검토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일부 투기 가능성을 고려해야겠지만, 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대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선별적으로 포함될 것이란 전망이다.
수도권의 경우도 일부 지역이 선별적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최전방 접경 지역인 경기 연천군·인천 강화군, ‘서해 5도’를 아우르는 인천 옹진군에서 투기판을 걱정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란 주장이다. 정부가 지난해 1월 발표한 ‘세제개편 후속 시행령 개정안’에서 연천·강화·옹진군 주택을 포함한 2주택자는 종부세와 양도세상 1주택 혜택을 받도록 조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각에서는 세컨드 홈이 주택 소유 불균형만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이명박정부 때도 이와 비슷한 다주택자 규제 완화 정책이 줄을 이었지만 지방경기 부양이나 인구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그저 20년간 55% 내외로 제자리걸음만 거듭하던 자가점유율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만 높다”고 혹평했다.
◆농어촌 애물단지 ‘빈집’… 다양한 활용 모색
인구감소지역의 대표격인 농어촌은 ‘빈집’ 문제로 오랫동안 골치를 앓아 왔다. 사람의 손길 없이 장기간 방치된 주택이 흉물로 변하고 그로 인해 사람들이 농촌을 꺼리는 악순환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와 지역민들이 빈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빈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농어촌주택 구매 특례제도’를 실행하고 있다. 2025년까지 한 세대가 일반 주택 1채와 농어촌주택 1채를 보유했을 경우 양도소득세를 매길 때 농어촌주택을 보유 주택 수에서 제외해 주는 것이 골자다. 이 경우 납세자는 세법상 1세대 1주택자가 되므로 일반 주택의 ‘3년 보유’와 ‘조정대상지역 2년 거주’ 요건을 채우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는 현재 기획재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세컨드 홈’의 시초라고도 볼 수 있다.
빈집을 활용하는 정책도 추진 중이다. 우선 1년 이상 아무도 거주하지 않거나 사용하지 않는 농어촌주택을 숙박업으로 활용하는 사업이 2020년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로 지정된 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제주도 내 빈집 9채 운영 외에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가 없다. 이에 정부는 지난 1월25일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적용기한 2년 연장과 영업일 수 제한 등 부가조건 등을 폐지하며 성과 달성에 매진하고 있다.
이와 유사한 ‘농촌유휴시설활용 지역활성화 사업’도 지난해 9월 충남 서천군 마산면에 ‘카페 329’를 개점하며 첫발을 내디뎠다. 기존에 사용되지 않던 고택(古宅)을 카페로 리모델링한 것으로, 빈집 정리는 물론 관광객 유치까지도 기대해볼 수 있어 일석이조다.
공공 주도가 아닌 ‘민관합동 빈집재생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1호 사업 대상지로는 전남 해남군이 선정됐으며, 민간에서는 이마트와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이 참여해 정부와 민간이 마련한 총 8억5000만원의 사업비를 투입, 해남군의 빈집 20호를 리모델링해 폐교 위기인 마산초등학교의 전학가구 임대주택과 농촌 체험마을과 연계한 마을호텔 조성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쏟아지는 농어촌 빈집을 감당하기 어려운 까닭에 정부는 지난해 4월 ‘농촌 빈집정비 활성화 대책’을 추가 발표했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5년 단위 빈집정비계획에 기반을 둔 빈집정비를 추진할 수 있도록 중장기 목표를 설정한다는 내용으로, 현재 6만6000곳에 달하는 빈집을 2027년까지 절반인 3만3000곳으로 감축하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