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미독립선언 뿌리엔 자유주의” 인류 보편 가치 北으로 확장돼야 독립운동가 균형 잡힌 평가 절실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제105주년 3·1절 기념사에서 일제 식민통치에 맞서 민족 전체가 분연히 일어선 3·1운동의 완결은 곧 통일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의 동족 관계를 부정하고 우리의 통일 노력을 폄훼한 점을 비판하며 통일의 필연성을 거듭 역설했다. 북한 주민들의 자유와 인권 보장에 앞장서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요즘 ‘통일 회의론’이 커지는 우리 사회에 통일의 당위성이 확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윤 대통령은 “기미독립선언의 뿌리에는 당시 세계사의 큰 흐름인 ‘자유주의’가 있었다”고 전제했다. 이어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의 가치를 확장하는 것이 바로 통일”이라며 “우리의 통일 노력이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이 되고 등불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정부는 북한 주민들을 향한 도움의 손길을 거두지 않을 것이며,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남한을 ‘제1의 적대국’이자 ‘불멸의 주적’으로 규정하며 선대의 통일 관련 유지(遺旨)마저 송두리째 내던진 김 위원장에게 준엄한 경고를 보낸 것이다. 동시에 북한이 뭐라고 하든 우리는 북한 주민을 동족으로 여기며 통일 노력을 계속할 것임을 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윤 대통령이 “북한은 여전히 전체주의 체제와 억압 통치를 이어 가며, 최악의 퇴보와 궁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진단이다. 미국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가 그제 펴낸 ‘2024 세계 자유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자유 지수는 100점 만점에 3점으로 세계 최하위권이다. 북한 주민에게 정치적 자유가 있다면 21세기 개명 천지에 김씨 일가의 3대 세습이나 참혹한 인권 탄압 같은 일이 가능하겠나.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실이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핵심 가치로 하는 새 통일관(觀)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은 시의 적절하다. 여기엔 우리가 반드시 관철해야 할 자유민주주의 통일, 북한 주민도 함께 자유와 번영을 누려야 한다는 당위성 등이 담길 예정이다. 1994년 발표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30년 만에 처음 고치는 것인 만큼 신중하고 섬세한 접근이 요구된다.
이날 윤 대통령은 “모든 독립운동의 가치가 합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도 했다. 일제강점기 무장 독립운동에 비해 덜 조명된 외교·문화·교육 등 분야 독립운동도 똑같이 기려야 한다는 뜻이다. 그간 특정 독립운동가를 놓고 진보와 보수 진영의 입장이 엇갈린 사례가 많았다. 한편에선 공(功)만, 반대편에선 과(過)만 늘어놓는 식이다. 최근 흥행 돌풍을 일으킨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의 주인공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 말처럼 앞으로는 국민 모두가 자신이 추구하는 이념을 뛰어넘어 독립운동가들의 공과 과를 함께 보며 공정하게 평가하는 풍토가 정착돼야 한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편향적 평가는 국민 통합을 방해하고 진영 갈등만 부추길 뿐이다. 당리당략에 치우쳐 균형감을 상실한 정치권부터 반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