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88일 일본 최장 총리… 아베가 본 트럼프·푸틴

아베 신조 회고록/아베 신조·하시모토 고로·오야마 히로시/유성운 옮김/마르코폴로/2만5000원

 

“트럼프는 아무렇게나 1시간 동안 얘기합니다. 길면 1시간 반도 되고요. 중간에 이쪽이 지칠 정도예요. … 본론은 15분 만에 끝나고 나머지 70∼80%는 골프 이야기나 다른 나라 정상에 대한 비판 등이죠. … 푸틴 대통령은 차가워 보이지만 의외로 소탈하고 실제로는 그렇게 까다롭지 않습니다. 독설이 섞인 농담도 자주 해요. 그의 이상은 러시아 제국의 부활입니다. 우크라이나의 독립도 그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요미우리신문 기자인 저자들은 아베 신조가 일본 총리직을 사임하자 한 달 후부터 총 18회를 만나 36시간에 걸쳐 그를 인터뷰했다.

아베 신조·하시모토 고로·오야마 히로시/유성운 옮김/마르코폴로/2만5000원

아베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겉보기에 호전적이지만 군사 행동에는 소극적인 태도였다고 폭로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반일을 프로파간다로 이용하는 확신범”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 또한 문 정권에 대한 보복 행위였다고 털어놓는다.

 

일본어 원서에는 ‘알려지지 않은 총리의 고독, 결단, 암투’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책에는 자기변명의 요소들이 곳곳에 암초처럼 남아 있다. 한 나라를 이끌었던 전직 총리로서 그가 무슨 생각으로 국제정치 무대에 섰고 또한 국내의 산적한 과제들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냈는지 살펴볼 수 있다.

 

6번의 중·참의원 선거와 3번의 총재 선거를 승리하며 3188일 동안 총리로 재임한 그의 정치력을 형성한 것은 1차 내각의 실패와 민생 정책이었다.

 

“장기 집권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1차 내각에서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 경제나 사회보장 정책의 실수는 사람의 생사를 좌우합니다. 그것이 얼마나 무거운 일인지 처음에는 알지 못했습니다. … 1차 내각은 매우 이념적인 정책이 많았습니다. 실패 후 지역을 돌면서 유권자들의 관심은 역시 일상생활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