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명.’ 지난해 기준 부산 중구의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꼴찌’다. 서울 관악구(0.38명)와 함께 유이한 0.3명대다. 반면 전남 영광군은 1.65명으로 전국 1위를 기록했고, 강진군이 1.47명으로 뒤를 잇는 등 대조를 이뤘다. 이처럼 도시 지역과 지방의 출산율이 차이를 보이는 이유에 관심이 모인다.
통계청의 ‘2023년 출생·사망통계(잠정)’를 살펴보면 지난해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은 곳은 부산 중구다. 중구의 합계출산율 0.31명은 역대 최저치인 지난해 전국 합계출산율 0.72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부산은 청년 인구가 수도권으로 계속 떠나고 있는 데다 혼인율도 낮은 편이다. 부산시의 한 관계자는 “특히 중구와 동구, 영도구 같은 원도심지역 출산율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중구의 출생아 수는 100명에 그쳤다.
부산시에 따르면 중구는 1950∼1980년대까지만 해도 부산에서 인구가 가장 밀집된 곳 중 하나였다. 한국전쟁 땐 부산항을 통해 피란민들이 밀려들면서 산비탈에도 집을 짓고 살아야 했을 만큼 인구 밀도가 높았다. 지금은 행정 등 중심지로서의 기능이 대부분 다른 구로 빠져나갔고, 부산항의 기능도 강서구 부산신항만으로 넘어간 터라 급속도로 쇠락하고 있다.
올해 1월 기준 중구의 인구는 3만8619명이다. 전국 특별·광역시 산하 기초단체 중 가장 먼저 인구가 4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30.7%를 차지하는 등 고령화 속도도 빠르다. 산비탈에 위치한 탓에 정주 시설과 주거 환경, 교육 환경 등이 열악하고 근로자 평균 급여도 낮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수년간 부산 중구와 합계출산율 최하위를 다투는 서울 관악구의 경우 대학생과 수험생 등 청년층 미혼 1인 가구가 밀집해 있는 곳이다. 서울에선 종로구(0.40명), 광진구(0.45명), 강북구·마포구(각 0.48명), 도봉구·은평구(각 0.52명) 순으로 합계출산율이 낮았다. 부산 중구와는 다소 결이 다르지만, 급격한 집값 상승 등으로 서울 인구가 준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합계출산율 상위권에 위치한 지역 중엔 전남지역 기초단체들의 ‘선방’이 눈에 띈다. 전남도는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전년도와 같은 0.97을 기록해 전국 시·도 중 1위로 다시 올라섰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 동안 2위였다. 전남에선 영광군(1.65명)과 강진군(1.47명)이 전국 기초단체 1, 2위에 올랐고 해남군(1.35명)이 전국 6위를 기록했다. 전국 상위 10개 시·군·구에 전남 3개 군이 포함됐다.
5년 연속 합계출산율 전국 1위에 오른 영광군은 2017년부터 난임부부 등에 대한 지원 확대와 다문화 가정 지원 정책 등 발굴, 일자리 창출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강조했다. 강진군 관계자는 “전국에서 가장 파격적인 수준의 출산장려금 정책이 효과를 거둔 것”이라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