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전·가스공사 250조 ‘빚 수렁’…요금 정상화가 해법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가 부실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전의 부채는 작년 말 202조4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가스공사의 부채까지 합치면 두 기업의 부채는 249조8000억원에 이른다. 두 기업에서 한 해 이자로만 6조원이 나갔다. 정부가 2022년 이후 전기·가스요금을 40%가량 올렸지만 두 기업의 경영위기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전이 전기를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을 간신히 면했지만 향후 5년간 부담해야 할 이자가 24조원에 이른다. 하루 이자비용만 120억원에 육박한다. 영업이익이 나더라도 급속히 불어나는 빚을 감당할 길이 없다. 한전이 재정난 여파로 시설투자를 줄이고 유지·보수까지 미루면서 국가전력망마저 위태롭다. 2036년까지 새로 투자해야 하는 송전선로 비용은 56조5000억원인데 현재 상태로는 투자가 제대로 진행될 리 만무하다. 정전사고는 2018년 506건에서 2022년 933건으로 85%나 급증했다. 최근에는 수도권 남부, 경북, 울산, 대구 등에서 정전사태가 잦아지고 복구시간도 길어지는 추세다. 가스공사는 아직 요금이 원가의 78%에 불과해 상황이 더 심각하다. 미수금(손실액)이 15조7000억원으로 4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한국의 전기료는 다른 나라에 비해 싼 편에 속한다. 한전에 따르면 한국의 가정용 전기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의 절반 남짓이고 산업용도 66% 수준에 불과하다. 오죽하면 미 상무부가 보조금 성격이 짙다면서 값싼 전기요금에 문제제기를 했을까. 1인당 전기 사용량도 캐나다와 미국에 이어 3위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한국인은 세계 평균의 3배에 이를 정도로 많은 전력을 사용하고 있다.

윤석열정부는 문재인정부의 탈원전정책과 전기요금 동결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는데, 똑같은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 될 일이다. 정부와 여당은 4월 총선을 의식해 상반기 요금인상을 피하려는 빛이 역력하다. 이전 정부와는 다르게 전기·가스요금 조정의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 원가와 수요를 기반으로 요금을 단계적으로 정상화하는 종합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전력 낭비를 최소화하고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도 개편할 수 있다. 가격 결정도 정치 입김을 막기 위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가진 전기위원회에 맡겨야 한다. 한전과 가스공사도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