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범죄자 취급” 여의도 메운 의사들… 데드라인도 정부 선처도 끝났다 [의료대란 ‘비상’]

의료계 수만명 여의도 집회… 정부, 미복귀 행정처분 본격화

“의료현장 무시 강력 규탄” 비판
시민들 “진료는 하면서 집회해야”

전공의 의견 진술 거쳐 행정처분
‘빅5’ 병원, 교수 대상 설문조사
집단이탈 가세 땐 의료대란 파국

3·1절 연휴 마지막날인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일대에는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하는 의사와 관계자들이 거리를 빼곡히 매웠다. 정부는 이날까지 의료 현장에 복귀하는 전공의는 최대한 선처하겠다고 회유했지만, 의사와 관계자들은 의대 증원 방침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일대에서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제약사 영맨’ 참석강요?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날 개최한 ‘의대 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는 행사 시작 시간인 오후 2시가 되기 20분 전까지만 해도 집회가 신고된 도로에 빈 자리가 많았다. 집회를 통제하던 경찰들도 “예상보다 많이 오지 않을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오후 2시가 되자 인파가 빠르게 차도로 몰려들며,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일방적인 정책추진 국민건강 위협한다’, ‘의대 정원 확대추진 국민건강 위협한다’ 등의 구호가 적힌 띠를 몸에 두르고 정부를 규탄했다.

이정근 의협 회장 직무대행은 “정부는 의료인을 행정처분, 경찰과 검찰을 동원한 구속 수사 등으로 협박하고 있고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며 “우리는 비민주적인 정부의 태도를 바라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은 “의학교육 현장의 교수들은 급격한 의대 증원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전했다”며 “현장을 무시하는 정부의 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의대정원 증원 백지화” 대한의사협회가 3일 서울 여의도공원 옆 여의대로 인근에서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대통령실은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해 정부 입장이 변화한 바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재문 기자

집회를 바라본 시민들은 부정적인 목소리를 냈다. 이모(30)씨는 “집회하는 건 의사들 자유니까 언제든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병원에서 환자 치료는 하면서 집회를 해야지, 일을 내팽개치고 나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일부 의사들이 제약회사 영업사원 등에게 이날 집회 참석을 강요했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오면서 정부가 수사 방침을 밝혔다.

경찰청은 “집단행동을 교사·방조하거나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제약회사 영업사원 참석 강요 의혹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도 관련 의혹에 대해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을 찾은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의협 관계자 4명에 대한 출국금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을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는데, 이들 중 현직 간부 4명이 출국금지 대상에 올랐다.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주최 전국의사총궐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복귀 선처”… 4일부터 행정처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오늘(3일)까지 복귀하는 전공의들에 대해 정부에서는 최대한 선처할 예정”이라면서도 “오늘까지 돌아오지 않는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서 각종 행정처분, 필요하다면 사법적 처벌까지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4일부터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과 사법절차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먼저 전국 주요 수련병원 50여곳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 근무지 이탈이 확인된 전공의에 대해서는 최소 3개월의 의사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 절차를 시작할 방침이다. 실제 면허정지 등이 집행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행정처분 전 해당자에게 사전통지하고 의견 진술 기회도 주어진다. 행정절차법에는 의견 제출에 10일 이상의 기간을 주도록 돼있다.

3일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전공의 단체 집행부 등이 최우선 행정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지난 1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과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 등 전공의 13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공시송달’했다. 정부는 우편 송달 등으로 확인이 되지 않는 전공의 대상이라는 입장이지만, 전공의 대표들을 향한 ‘본보기’ 처분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교수들까지 집단이탈에 가담할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현재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각 병원별로 교수들이 현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의향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며 “당장 행동에 옮기기 위한 목적은 아니라지만, 갈등이 극대화하고 ‘제자 지키기’와 의료진 ‘번아웃’이 겹치면 결과는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