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필·신숙희 대법관 취임…조희대 대법원, '중도·보수' 우위 가속화

2개월간 공석 메우고 ‘완전체’로
중도·보수 vs 진보 지형 8대5로

엄·신 “사회적 약자 배려” 한목소리
조 대법원장, 7일 재판 적체 논의

엄상필(56·사법연수원 23기)·신숙희(55·25기) 대법관이 4일 취임하면서 두 달간 이어진 대법관 공석이 채워졌다. ‘조희대 코트’ 출범 이후 처음으로 완전체를 구성하게 된 것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전국 법원장들과 만나 사법부 최대 과제인 재판 지연 해소 방안을 구상한다.

엄상필·신숙희 신임 대법관은 이날 대법원에서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에 돌입했다. 두 대법관은 윤석열정부가 임명한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대법관이자 조 대법원장 취임 이후로는 첫 대법관 임명 제청이었다. 이들은 모두 ‘중도’ 성향의 판결을 해온 것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대법원 전원합의체(13명)의 중도·보수 대 진보의 비율은 ‘7 대 6’에서 ‘8 대 5’로 재편된다.

엄상필(왼쪽), 신숙희 신임 대법관이 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축하 꽃다발을 받은 뒤 환하게 웃고 있다. 뉴스1

이날 엄 대법관은 취임사에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배려하고 보호하는 것이 법원의 임무임을 잊지 않으면서 공동체와 다수의 이익을 함께 살피겠다”며 “왼쪽과 오른쪽을 빠짐없이 둘러보고, 뒤돌아서서 지금까지 걸어온 길도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했다.



또 “송사를 듣고 다루는 근본은 성의에 있음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며 “정성을 다해 분쟁의 본질을 이해해야 하고, 법의 문언이나 논리만을 내세워 시대와 국민이 요구하는 정의 관념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신 대법관은 작가 샬럿 브론테를 언급하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법원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 많은 여성작가가 사회적 편견 때문에 가명으로 소설을 쓸 수밖에 없었다. 현재도 여전히 사회적 편견 때문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저는 대법관으로서 이분들의 작은 목소리도 놓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신 대법관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미국 연방대법관이 생전에 남긴 ‘당신이 마음속에 지닌 가치를 위해 싸워라.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따를 수 있는 방법으로 하라’는 말도 인용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법부 구성원이 진심으로 동의하고 따를 수 있는 방식과 내용을 늘 고민하고 이를 실천하려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두 대법관의 취임으로 지난 1월1일 안철상(67·15기)·민유숙(59·18기) 대법관이 퇴임한 지 두 달 여 만에 대법관 14명 자리가 모두 채워졌다. 대법원은 지난해 9월24일 김명수 전 대법원장 퇴임 이후 대법원장과 대법관 공백 사태가 이어져 왔다. 이로 인해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고 대법관 12명(법원행정처장 제외)이 모두 참여하는 전원합의체 심리가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3개월 이상 멈췄고, 4명씩 배치돼야 하는 소부 3곳에도 사건 부담이 가중됐다.

조 대법원장은 오는 7일 전국 법원장 간담회를 열고 재판 적체 해결책을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우선 지난달부터 새로 적용된 법관 사무 분담에 대한 법원장들의 의견을 듣는다. 이외에도 법관 증원 문제와 법관 사건처리 통계를 활용하는 방안,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방안 등을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