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맛있습니까? 그거 독약입니다.” 2002년 1월 코미디언 이주일이 금연 공익광고에 출연해 한 말이다. 당시 그는 폐암으로 투병 중이었다. 한때 대한민국 방송계를 평정한 ‘코미디 황제’의 해쓱해진 모습에 온 국민이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이주일은 “저도 하루에 두 갑씩 피웠다”며 “이젠 정말 후회된다”고 토로했다. 광고의 효과는 대단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01년 60.9%이던 우리나라 남성 흡연율이 4년 뒤인 2005년 51.7%로 9.2%P나 떨어졌다. 이주일의 금연 광고가 그만큼 국민들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는 얘기다. 2002년 8월27일 이주일은 끝내 세상을 떠났다. 향년 61세였다.
고인은 원래 애연가였다. 1991년 6대 독자인 외아들이 교통사고로 숨지며 담배가 더욱 늘었다고 한다. 사망 한 해 전인 2001년 폐암 판정이 내려진 뒤에도 한동안 주변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통증이 극심해지자 어쩔 수 없이 경기 고양 국립암센터에 다니며 통원치료를 받았다. ‘왜 담배를 그리 많이 피워댔던가’ 하는 후회가 밀려들었을 법하다. 금연 공익광고에 출연하기로 한 결심도 그 영향이 컸을 것이다. 광고에서 “이젠 정말 후회된다. 1년 전에만 끊었어도”라며 기침을 쏟아내던 고인의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2003년 KBS는 드라마 등에서 등장인물이 흡연하는 장면을 퇴출시켰다.
2015년 박근혜정부는 2500원 하던 담뱃값을 4500원으로 올렸다. 그 시절 야당 지도자이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담뱃값을 한꺼번에 인상한 건 서민 경제로 보면 있을 수 없는 굉장한 횡포”라고 비판했다. “담배는 우리 서민들의 시름과 애환을 달래주는 도구”라고도 했다. 그 때문인지 문재인정부 출범 후 애연가들 사이에선 ‘담뱃값이 다시 내릴 것’이란 기대감이 컸던 모양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 임기 중 담뱃값은 내려가지도, 그렇다고 올라가지도 않았다. 애연가들이 분통을 터뜨렸으나 지난 정권을 비판할 수도, 그럴 생각도 없다. 어쨌든 담배는 몸에 해롭고 정부는 국민 건강을 책임져야 하니까.
미국에서 흡연하는 주인과 함께 사는 반려견이 그러지 않은 반려견보다 암 발병률이 무려 6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퍼듀(Purdue)대학교 연구진이 스코티시테리어종 개 120마리를 상대로 3년 넘게 분석한 결과다. 연구진에 따르면 흡연자 곁에서 사는 개는 3년 동안 10년간 하루 한 갑의 담배를 직접 피우는 것과 같은 흡연량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은 물론 동물도 간접흡연의 악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요즘 반려견을 키우는 이가 많는데 눈길이 확 간다. 어느날 내 반려견이 “담배 맛있습니까? 그거 독약입니다”라고 말한다고 상상해보라. 오싹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