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이달 말부터 의사 처방 없이 피임약을 살 수 있게 된다. 사전 피임약이 처방 없이 판매되는 것은 처음이다. 의사 처방을 받기 어려웠던 10대 청소년 등의 피임권이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피임약 ‘오필’ 제조사인 페리고는 미 전역 주요 매장과 약국에서 이달 말부터 의사 처방전 없이 피임약을 구매할 수 있다고 4일(현지시간) 밝혔다.
오필은 50년 전 미 식품의약청(FDA) 승인을 받았지만 구매를 위해선 처방전이 필요했다. FDA는 지난해 7월 처방전 없는 판매를 승인했다.
‘미니 알약’으로도 불리는 오필은 프로게스틴 기반의 경구 피임약이다. 프로게스틴과 에스트로겐 성분을 포함한 다른 복합 피임약보다 안전한 편이다. FDA의 비처방약물 담당 캐런 머리 부국장은 “대다수 여성에게 위험도는 아주 낮다”며 “표시사항을 읽고 이를 따른다면 위험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FDA의 오필 승인은 임신 약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과 함께 주목을 받아왔다. 미 대법원이 2022년 낙태 허용에 관한 판결을 뒤집자 피임 접근성은 미국 내 시급한 문제로 떠올랐다. 이에 FDA는 판결 이후 오필의 처방전 없는 판매를 승인했다.
뉴욕타임스는 FDA의 오필 승인 이후 일반적으로 피임이나 성교육 접근성을 높이는 조치에 비판적이었던 보수단체에서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부 종교 단체와 학생회 등에서만 반대 입장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