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이런 놀이를 하는 게 재밌어요. 앞으로 친구도 많이 사귈 생각이에요.”
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아현초등학교. 신입생 15명이 늘봄교실에서 축구연습, 종이접기, 아프리카 노래 부르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다. 밝은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던 아이들은 “사람들이 참 많다”며 교실을 방문한 취재진에 호기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 학교 심영면 교장은 “우리 학교의 경우 특별교실이라는 유휴공간이 있어 가능했다”며 “(교사들) 동의 없이 교육 현안이 내려오는 게 부담인 건 맞다. 선생님들은 양보하는 마음이 필요하고, 정부와 사회도 교사들을 기다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오후 경기 수원시 능실초등학교 1층 맞춤형 프로그램 교실에선 방과후 수업 강사와 신입생 1명이 탁자에 둘러앉아 다정하게 책놀이를 이어갔다. 학생이 책을 읽고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림으로 표현하면 선생님이 호응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같은 시각 3층 지역거점형 돌봄교실에선 1, 2학년생 8명이 다른 학생의 이름을 익히기 위한 빙고게임을 벌였다. 이름을 묻거나 장난을 치는 등 환하게 웃으며 점차 친밀감을 드러냈다. 능실초의 경우 1학년 신입생 183명 가운데 56명이 △초1맞춤형 프로그램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초등돌봄교실 △지역거점형 돌봄교실 등 늘봄교실에 참여하고 있다. 책놀이, 창의인성놀이, 전래놀이, 보드게임, 토탈공예 등을 진행하는데 프로그램을 늘려 대기수요를 없앴다.
각 시·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늘봄학교 시행 이틀째인 이날 학부모들은 대체로 반기는 모습을 보였으나 일부 지역에선 공간이나 인력 부족으로 적잖은 마찰이 빚어졌다. 2학기부터 전국 6000여개 초등학교로 전면 시행을 앞두고 보완할 점이 상당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부산 연제구의 한 초등학교에선 신입생들이 책읽기와 보드게임 등 놀이를 접목한 학습프로그램으로 시간을 보냈다.
기존 전담 교사뿐만 아니라 실무를 담당하는 업무자(154명)와 기간제 교사(150명)도 배치됐다. 부산지역 한 40대 학부모는 “맞벌이 가정의 경우 방과후 자녀들을 맡길 곳이 변변치 못하다 보니 학원 보내는 것 말고는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는 실정”이라며 “늘봄학교가 본격 운영하면서 학부모들이 마음 편하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일부 지역에선 전담인력부터 교실까지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서 삐걱거리는 모습도 드러났다. 강원지역 일부 초교 교사들은 “프로그램 운영에 필요한 강사 채용이 거의 되지 않아 업무가 늘었다”며 항의 집회를 가졌다. 수도권의 한 교사는 “늘봄 프로그램을 운영할 연간 교구·재료비가 100만원 정도 배정됐다”며 “학생 1인당 4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초교 교사는 “학교 유휴 공간이 거의 없어 공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전했다.
일부 학부모들도 “구체적인 안내를 못 받았고 (내용을) 잘 모르니 아쉽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부산의 초등학생 학부모 오모(42·여)씨는 “늘봄학교의 취지는 좋지만 놀이 위주 프로그램이라 우리 아들한테는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3월 한 달 동안 진행 실태를 집중 점검해 문제점을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