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없이 법정으로 바로 간다.
여자 프로배구 페퍼저축은행에서 뛰다 ‘구단 내 괴롭힘’으로 한국배구연맹(KOVO) 고충처리센터에 신고되어 상벌위원회로부터 자격정지 1년 처분을 받은 오지영(36)이 재심을 신청하지 않기로 했다.
오지영은 5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 재심 청구 기간이 남아있지만, 법률 대리인과 상의 끝에 재심을 청구하지 않기로 했다. 재심 청구 없이 바로 법원에서 징계 처분을 무효화하는 소송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지영은 지난달 27일 2차 상벌위원회를 마치고 자격 정지 처분 1년을 받았다. KOVO 상벌 규정 제19조 1항에 따르면 재심 청구는 위원회의 결정이 있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청구서를 제출하게 되어있다. 재심 청구 기한은 이달 8일이지만, 오지영은 재심 청구 없이 바로 소송전으로 가는 것을 결심했다.
2차 상벌위 이후 오지영의 법률 대리인은 재심을 청구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재심을 청구하더라도 기존에 받은 자격정지 1년 처분을 극적으로 뒤집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재심 청구를 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분석된다.
KOVO가 2004년 만들어진 뒤 징계 관련된 재심 청구는 딱 한 차례가 있었다. 문성민이 2008~2009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독일 분데스리가의 VfB ZF 프리드리히스하펜에 입단했다. 당시 드래프트 제도는 당사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대학 졸업예정자는 모두 드래프트 대상이 됐다. 최대어였던 문성민은 KEPCO45(現 한국전력)에 지명됐지만, 해외 진출 의지가 강했던 문성민은 경기대에 휴학계를 제출하고 드래프트를 피하고 독일리그에 진출했다.
이후 2010~2011시즌을 앞두고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 간의 트레이드를 통해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게 됐다. 나머지 구단들은 이 트레이드에 대해 반발하며 징계위원회를 요청했고, 당시 KOVO는 문성민에게 연봉 전액인 1억1000만원의 제재금 징계를 내렸다. 문성민 측은 재심을 요청해 제재금은 1000만원으로 줄었지만, 1라운드 출장 정지 징계 처분을 받아야 했다.
KOVO의 재심 선례가 딱 하나지만, 이번 오지영의 재심 역시 상벌위의 처분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심은 KOVO 총재의 직권이지만, KOVO 총재가 KOVO 상벌위의 판단을 크게 뒤집어 상벌위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결정을 할 리 없다는 게 오지영과 오지영 측 법률 대리인의 판단이다.
오지영과 오지영 법률 대리인이 제기할 소송은 크게 두 갈래다. 오지영의 법률 대리인은 “먼저 KOVO의 징계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을 통해 KOVO의 징계 처분을 무효화시킬 예정이다. 여기에 페퍼저축은행의 계약 해지에 대한 무효 확인의 소로 가게 된다. 프로 선수의 근로자성이 인정되면 해고 처분 무효 확인의 소로 가게 되지만, 프로 배구 선수들을 근로자로 보기 애매한 부분이 있어서 계약 해지 무효 확인의 소의 형식으로 페퍼저축은행과의 법정다툼을 끌고가야 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두 소송을 함께 진행하지만, 선결되어야 하는 소송은 KOVO의 징계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이다. 이 소송에서 징계 처분이 효력정지되면 그 판단을 기초로 해서 페퍼저축은행의 계약 해지 소송도 유리하게 끌고갈 수 있다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