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추천제’ 지역 지정 등으로 여당 텃밭의 현역 의원 물갈이가 본격화하면서 그간 ‘조용한 공천’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여당 공천에서도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5일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되거나 경선 탈락한 인물들을 경쟁력 있는 후보가 없는 다른 지역구에 재배치해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낙동강 벨트 지역구 세 곳에 중진의원들을 재배치한 데 이어 박진 전 외교부 장관과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 등 전직 장관들도 서울 내 험지로 재배치했는데 이런 흐름의 연장선인 셈이다. 앞서 서울 강남갑 태영호 의원은 서울 구로을로 지역구를 이동했고, 최근 서울 서초을에서 경선 탈락한 박성중 의원은 경기 부천을에 재배치됐다.
여권에 험지로 분류되는 수도권이라 현역 의원과 인재풀이 적어 재배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총선까지 불과 한 달여 남은 상황에서 갑자기 험지로 재배치하는 것은 승산도 없고, 후보자들에게 가혹한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재배치 후 새로운 지역구에서 선거운동 중인 한 후보자는 통화에서 “가라니까 왔지만 이 지역에 아무런 연고도 출마 명분도 없는데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은 당초 서울 마포갑 출마를 희망했다가 당의 험지 출마 요구에 경기 광명갑으로 지역을 옮겼다. 그러나 전·현직 당협위원장들의 벽을 넘지 못하고 경선 포기를 선언하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여당에서 컷오프나 재배치에 따른 잡음이 크지 않았지만 당 텃밭 현역 의원들이 컷오프되면서 반발이 불거지는 모양새다. 강남병의 유경준 의원은 이날 당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유 의원은 신청서에서 “시스템공천을 자부했던 공천관리위원회의 정량적 지표에 근거하지 않은 의사결정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재배치 가능성에 관해 “이제 와서 재배치한다는 것은 시기적으로 늦었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복심’ 유영하 변호사가 대구 달서갑에 공천을 받으며 컷오프된 홍석준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까지 잘해온 ‘공정한 시스템공천’ 대원칙이 깨졌다”며 공관위에 재판단을 요구했다.
공관위는 이날 유 의원이 당의 경쟁력 조사 결과 자신의 본선경쟁력(49.6%)이 2위 후보자보다 2배 이상 우세해 단수공천 기준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강남병의) 모든 후보의 본선경쟁력이 정당지지율(58.6%)에 많이 미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공관위는 또 유 의원의 공개적인 반발에 맞서 유 의원에 대한 재배치 자체를 검토하지 않기로 했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