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지질학연합, 반대 66% 부결 급격한 환경 변화에 공감대 불구 지구에 미친 영향 시점 놓고 이견 8월 부산 총회서 공표 무산될 듯
인간 활동에 따른 지구 환경의 심대한 변화가 반영된 새 지질시대인 ‘인류세(Anthropocene)’의 공식 도입이 지질학계에 의해 거부됐다.
5일(현지시간) CNN방송 등에 따르면 국제지질학연합(IUG) 산하 제4기 층서 소위원회는 인류세 도입안을 6주 동안 논의한 끝에 반대 66%로 부결했다. 상급 회의체인 국제층서위원회가 IUG 규정에 따라 추가 논의를 이어가지 않기로 함에 따라 인류세 도입 논의는 공식적으로 중단됐다. 당초 인류세는 오는 8월 부산에서 열리는 제37차 세계지질과학총회(IGC)에서 새 지질시대로 공식 승인될 것으로 전망됐었다.
인류세는 1995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대기과학자 폴 크루젠 박사가 2000년 제안한 새로운 지질시대로 지금까지는 지질학적으로 1만1700년 전 시작된 신생대 ‘홀로세(Holocene epoch)’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간주됐다.
21세기 들어 인류의 산업화가 만들어낸 급격한 환경 변화 속 새로운 지질학적 시대가 정의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학계 내에서 확산돼 2009년 실무연구단이 발족해 연구와 논의가 이어져왔다. 지난해 7월 인류세 도입 논의를 주도한 인류세 워킹그룹(AWG)이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크로퍼드 호수를 표본지로 선정하며 공식 도입을 위한 절차에 돌입했지만 IGC에 앞서 이루어진 소위원회 논의에서 찬성 60%의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며 끝내 최종 승인까지 이르지 못했다.
소위원회 논의에서는 인류가 지구에 미친 영향을 부정하는 이는 거의 없었지만 인류세 도입은 성급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인류세의 시작점이 언제인지에 대한 이견도 부결에 영향을 미쳤다. 당초 논의에서는 인류세의 시작점이 1950년으로 설정됐었다. 핵실험, 대기·수질·토양 오염, 지구 온난화 등 인류가 지구에 미친 해악이 20세기 중반 이후 지구에 본격적으로 흔적을 남기기 시작했다는 의견에 따라서다. 그러나 회의에 참여한 일부 연구진은 1950년이 아닌 산업혁명이 일어난 18세기 후반 등을 인류세 시작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인류세 도입 논의가 공식적으로 중단됐을 뿐 새로운 논의가 막히거나 용어 자체가 완전히 폐기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소위원회 표결에 참여한 킴 코언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교수는 새 지질시대로 규정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인류세는 이미 ‘대세’라면서 “인류세는 학계에서도 폭넓게 사용되는 용어다. 지질학계가 해당 용어를 타분야만큼 사용하지 않을 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