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교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취소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이번 소송이 법원의 판단을 받지 못한 채 각하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가 ‘행정처분’이라 보기 어렵고 의대 교수가 원고로서 자격을 인정받기도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 33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대표는 전날 서울행정법원에 2025학년도 의대 2000명 증원 취소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피고는 이를 발표하거나 의대에 증원 신청을 요구한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이다. 교수협의회는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집행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했다.
교수협의회 측은 크게 의대 증원 처분의 주체와 절차, 그 내용이 위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먼저 복지부 장관은 고등교육법상 대학교 입학 정원을 결정할 권한이 없는데 정원 확대를 늘렸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절차를 생략했고, 내용에서도 의료 분야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근거를 바탕으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법조계에서는 우선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가 취소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판례상 행정처분은 ‘행정청이 구체적인 사실에 대한 법집행으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공권력의 행사’여야 하는데, 정부의 정원 확대 방침은 아직 발표나 계획 단계에 머물러 있어 ‘행정처분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정민 변호사(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는 “정부가 의대 증원을 확정적으로 공고를 한 단계라기보다 단순한 계획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경우 처분성이 없다”고 했다. 최현덕 변호사(법무법인 대륜) 역시 “의대 증원 발표가 특정한 개인이 상정되지도 않고 권리의무 관계에 변동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진단했다.
교수협의회가 원고로서 적합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의대 교수인 원고는 의대 증원의 근거가 되는 고등교육법 등 근거법규의 취지가 ‘의과대학 교원은 학생과 전공의에게 양질의 전문적인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법률상의 보호되는 이익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 변호사는 “취소소송 원고는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의대 교수와 의대 증원이 이런 관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 변호사도 “수험생 정도를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로 볼 수 있고 현직 의사는 간접적 이해관계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원이 소송 대상과 원고의 적격성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이번 소송은 형식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각하 결정 시 소송 내용에 대한 구체적 판단은 하지 않는다.
법원이 소송 요건을 갖췄다고 인정할 경우에는 의대 증원 처분의 위법성을 판단하게 된다. 다만 법원이 정책 수립·실행이라는 행정부 고유 권한에 개입할 만큼 절차나 내용상의 위법성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