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그타르트 원조 포르투갈 ‘나타’를 아시나요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1837년 문 연 ‘파스테이스 드 벨렝’ 에그타르트의 원조/“바사삭” 부서지는 페이스트리 안에 촉촉한 커스터드 크림 ‘겉바속촉’ 오감 자극/달콤한 포르투갈 주정강화와인 ‘포트’와 잘 어울려/리스본 코메르시우 광장 포르투갈와인협회 테이스팅룸 여행자 ‘북적’/착한 가격에 다양한 와인 즐기고 전문가와 와인공부까지 ‘1석2조’ 

포르투갈 에그타르트 나타와 포트와인.

“바사삭∼” 한입 깨물자 고막으로 전해지는 맛있는 파이 껍질 부서지는 소리. 놀란 눈이 무한대로 커지기 무섭게 사랑하는 이의 포근한 품처럼 씹을 것도 없이 입속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달콤한 커스터드 크림이라니.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맛이로구나. 역시 원조는 확실히 다르다. 190년 가까이 전 세계 여행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에그타르트의 원조, 포르투갈 리스본 벨렝지구의 파스테이스 드 벨렝(Pasteis de Belem). 완벽한 ‘겉바속촉’ 식감을 구현한 에그타르트 한 조각에 여행의 피로는 순식간에 사라지니 내 너를 이제 인생 에그타르트라 부르련다.

세계일보 여행면.
1837년에 문을 연 파스테이스 드 벨렝 입구.
파스테이스 드 벨렝.

◆리스본 3대 에그타르트 맛집 가보니

 

“우리나라에도 에그타르트 맛있거든요”. 리스본 여행지를 소개하는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의 멘트에 한 패널은 “에에에 맛없어요!  먹어보고 싶어서 여러번 먹어봤는데 너무 달라요.”라고 자신 있게 외친다. 다른 패널의 쏟아지는 질타에도 그는 단호하다. 안은 촉촉하며 부드럽고 슈크림 같은데 겉은 크루아상처럼 바삭해 그곳에 가서 먹어보면 확연한 대조를 느낀단다. ‘그곳’은 바로 1837년부터 5대째 영업중인 에그타르트의 원조집 포르투갈 리스본의 파스테이스 드 벨렝이다. 제로니무스 수도원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어 벨렝지구 여행자들이 대부분 한번쯤은 이곳을 찾는다.

파스테이스 드 벨렝.
파스테이스 드 벨렝 아줄레주 타일 장식.
파스테이스 드 벨렝 아줄레주 작품.

에그타르트가 뭐 거기서 거기 아닌가. 정말 확연하게 다를 정도로 특별한 맛을 지녔을까. 반신반의하며 입구로 들어서자 줄이 길다. 실내는 400석이 넘는데도 빈틈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여행자들로 꽉 들어찼다. 가게는 여러 종류 빵들이 있지만 여행자들이 먹는 것은 단 하나, 포르투갈에선 ‘나타(Nata)’로 부르는 에그타르트다. 어렵게 비어있는 야외 테이블을 찾아 커피를 곁들여 나타를 즐긴다. 크게 한입 깨물자 겹겹이 쌓은 페이스트리가 “바사삭”하고 부서지며 청각을 자극하더니 부드러운 커스터드 크림이 입안을 촉촉하게 적신다. 잠시 뒤 입안 가득 퍼지는 향기는 막 첫사랑을 시작한 연인들의 콩닥거리는 마음처럼 달콤하니 엄지가 저절로 치켜 올라간다. 한국에서도 많이 먹어 봤지만 이토록 바삭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당도 밸런스가 적당한 에그타르트는 처음이다. 테이블에 작은 통이 2개 있는데 시나몬 가루와 슈거 파우더로 입맛에 맞게 즐기면 된다.  

파스테이스 드 벨렝.
파스테이스 드 벨렝.

포르투갈 ‘7대 불가사의 맛’에도 선정된 나타의 유래가 재미있다. 과거 제로니무스 수도원에서 수도사들이 수도복을 빳빳하게 다리거나 와인 양조과정에서 침전물을 제거할때 계란 흰자를 사용했다. 남는 노른자를 버릴 수 없어 만들기 시작한 것이 에그 타르트다.  1820년대 자유주의 운동의 여파로 수도원이 폐쇄된 뒤 나타의 레시피는 인근 설탕 정제공장으로 넘어갔는데 이를 리스본에 살던  클라리냐(Clarinha) 가족이 사들여 파스테이스 드 벨렝을 설립, 수도원의 레시피를 그대로 재현한 나타를 선보이고 있다. 맛의 비결은 반죽과 설탕, 달걀노른자, 버터, 향료 등을 넣어 끓여 만드는 커스터드 크림의 남다른 재료 비율때문인데 수십년동안 일한 직원들도 모를 정도로 레시피는 철저한 비밀이다. 비법 전수자, 오너, 공장장 등 단 세명만 이를 알고 있으며 ‘OFICINA DO SEQREDO(비밀의 작업장)’이라 적인 공간에는 이들만 드나들 수 있단다. 하루 평균 2만여개가 팔리며 많이 팔릴때는 5만6000여개에 달했다니 정말 대단한 인기다. 

리스본  만테이가리아.
리스본 만테이가리아.
리스본 파브리카 다 나타.

리스본 시내에도 많은 나타 가게가 영업중이며 파브리카 다 나타(Fabrica da Nata)와 만테이가리아(Manteigaria)가 파스테이스 드 나타와 함께 포르투갈 ‘3대 타나’로 꼽힌다. 그중 파브리카는 체인점이라 곳곳에서 눈에 뜨인다. 헤스타우라도르스 광장의 파브리카로 들어서자 포르투갈을 상징하는 타일장식 아줄레주로 꾸민 고풍스러운 실내에서 여행자들이 나타를 즐기고 있다.

파브리카 다 나타.
파브리카 다 나타 아줄레주 장식.
파브리카 다 나타.

나타를 좀 더 맛있게 즐기는 방법이 있다. 세계 3대 주정강화와인 포트(Port)와 같이 즐기면 맛이 배가 된다. 나타 1개와 작은 잔에 담긴 포트와인 한잔을 4.5유로에 즐길 수 있다. 포트와인은 양조과정에서 발효가 완전히 끝나기 전에 알코올 도수 70%가 넘는 포도로 만든 주정(브랜디)를 부어 만든다. 이러면 효모가 활동을 정지하고 발효되지 못한 포도의 당분이 그대로 남아 달콤하면서 알코올 도수가 18∼20% 달하는 주정강화와인이 만들어진다. 달콤한 와인과 달콤한 나타가 어우러지니 여행의 피로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파브리카는 파스테이스 드 벨렝보다는 좀 더 달다.

리스본 포르투갈와인협회 테이스팅룸.
포르투갈와인협회 테이스팅룸.

◆포르투갈 와인 제대로 즐기러 가볼까

 

포트와인 등 다양한 포르투갈을 즐기고 싶다면 리스본의 코메르시우 광장을 찾으면 된다. 테주강을 마주보고 오른쪽 건물에 포르투갈와인협회가 직영하는 와인 테이스팅룸이 마련돼 아주 착한 가격에 포르투갈 전역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와인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테이스팅룸으로 들어서자 국제와인전문가 과정 WSET의 최고 단계인 디플로마(레벨4)를 취득한 와인교육 담당 리비아 노바이스(Livia Novais)씨가 반갑게 맞는다. 양쪽 손목에 새긴 글자 ‘Nebbiolo’와 ‘Riesling’이 예사롭지 않다. 네비올로와 리슬링 품종을 너무 사랑해 아예 문신으로 새겨 넣었다니 요즘말로 ‘와인에 진심’이다. 

포르투갈와인협회 테이스팅룸 교육 담당 리비아 노바이스가 손목에 새긴 ‘Nebbiolo’와 ‘Riesling’.
리비아 노바이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과 함께 대표적인 유럽 와인을 대표하는 포르투갈은 세계 10위 와인 생산국으로 4000년이 넘은 와인역사를 지녔다. 특히  ‘블렌딩의 마법사’로 불릴 정도로 250종이 넘는 토착 품종으로 빚는 다양한 와인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협회 테이스팅룸에서는 이런 포르투갈 와인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다. 

포르투갈 와인산지.
전통방식 스파클링 와인 시도니오 드 소우사.
베르데호 품종 인술라 비누스.

노바이스가 처음 내놓은 둘시네아 산토스 페레이라(Dulcinea Santos Ferreira)의 시도니오 드 소우사(Sidonio de Sousa)는 포르투갈 스파클링 와인의 빼어난 수준을 확연하게 보여준다. 포르투갈 북부 바이하다 지역의 토착품중 아린뚜, 비칼, 마리아고메즈 품종의 기분좋은 산도와 신선한 과일향을 잘 담았는데 다양한 한식과도 잘 어울릴 것 같다.  아조레스 와인컴퍼니(Azores Wine Company)의 인술라 비누스(Insula Vinus)는 대표 화이트 품종 베르데호가 지닌 레몬, 라임, 자몽, 귤, 허브, 꽃향을 교과서처럼 펼쳐준다.

카스텔레웅 품종 카몰라스 그랑데 에스콜라.
16개 품종을 섞은 퀸타 알타 주카로.

레드품종 카스텔라웅으로 빚는 카몰라스 그랑데 에스콜라(Camolas Grande Escolha)는 블랙베리, 블루베리, 라즈베리, 플럼, 흙, 향신료가 매력적이다. 투리가나시오날, 투리가프란세사, 틴타호리츠, 틴타바로카, 루페테 등 올드바인 16개 품종을 섞어 30개월 숙성하는 퀸타 알타 주카로(Quinta Alta Zuccaro)는 제대로 블렌딩의 마법을 부리며 다채로운 향들을 펼쳐 보인다. 

테라 달터 임파르.
테라 달터 임파르

이날 압권은 포르투갈 최대산지 알렌테주가 고향인 테라 달터(Terra d'Alter)의 시그니처 와인 임파르(Impar) 2013으로 알리칸테 부셰, 아라고네즈, 트린카데이라, 틴타카이아다를 섞었다. 블랙체리, 플럼, 블루베리로 시작해 시간이 지나면서 후추와 아니스의 향신료가 피어나더니 말린 블랙베리, 오크, 초콜릿, 모카, 코코아, 가죽향의 복합미가 폭발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뛰어난 산도 덕분에 10년 넘게 버틸수 있는 토착 품종의 장기숙성 능력을 잘 보여준다. 

다양한 테이스팅 프로그램.
주스티노 빈티지 마데이라.

포트와인과 함께 3대 주정강화와인중 하나인 마데이라도 포르투갈 와인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다. 주스티노(Justino’s)의 틴타 네그라(Tinta Negra) 1995는 알수 없는 깊은 심연으로 끌고 가며 끊임없는 향들을 겹겹이 펼쳐내 빈티지 마데이라가 선사하는 매혹적인 세계에 푹 빠지게 만든다. 

포르투갈 와인협회 테이스팅룸.
리비아 노바이스.

테이스팅룸에서는 글라스 와인 한잔(4∼6유로)을 가볍게 시음할 수도 있고 주정강화와인, 스파클링 와인, 앙포라에 빚는 고대방식 와인, 포르투갈 아이콘 와인 등 다양한 코스를 15∼35유로에 시음할 수 있어 취향대로 고르면 된다. 특히 기후, 토양, 품종, 양조방식 등 협회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설명도 곁들여져 짧은 시간에 포르투갈 와인도 쉽게 공부할 수 있다.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olar),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등을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selles) 심사위원, 소펙사 코리아 소믈리에 대회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보르도, 부르고뉴, 상파뉴, 루아르, 알자스와 이탈리아, 포르투갈,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