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구의 한 대학원을 졸업하고 구직활동을 하는 베르사베 줄리버(25)씨는 취업 전 거주자격 연장으로 고민이 많다. 이공계나 마케팅 등 외국인 직원 수요가 많은 전공이 아닌 탓에 비자를 제공하는 회사가 많지 않아서다. 생활비도 신경 쓰며 취업 준비를 하는 것도 쉽지 않다. 단기 구직비자로 인턴 등을 하며 일을 찾다가 여의치 않으면 귀국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줄리버씨는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에 머물 수 있는 통로를 확대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어 능력이 상대적으로 높고 한국 문화에 비교적 익숙한 외국인 유학생이나 직업 연수생들이 산업 현장으로 흡수될 수 있는 체계가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일반제조, 제과·제빵, 조선업 등 기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직업연수생(D-4-6) 비자로 들어오는 외국인도 매년 수십명이지만 최근 5년간 D-4-6에서 E-7으로 전환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전문학사 이상 학위를 얻고 20개월 이상 연수, 사회통합프로그램 4단계 이수, 관련 자격증 취득을 해야 하는 등 요건이 까다로워서다.
산업 현장에선 한국어 소통 능력과 기술소양이 높은 유학생의 활용 방안을 확대해 달라고 요구한다. 경기 광주시에서 자동차용 부품 제조 기업을 운영하는 이모 대표도 최근 면접까지 본 외국인 근로자가 유학비자(D-2)로 들어온 걸 알고 아쉬워했다. 이 대표는 “한국인 근로자를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고, 외국 인력 구하기도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돈을 벌고 싶어하는 외국 유학생들이 있는데 (시간과 업종을) 제한하니까 그들도 답답할 것”이라며 “우리 회사 경우 야간, 주간, 특근까지 하면 훨씬 많이 벌 수 있어서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지는데도 채용을 못 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이기중 중소기업중앙회 외국인력지원실장은 “산업 현장에서는 의사소통이 가능한 외국인 인력이 절실하다”며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등 규제가 강화돼 직원들 소통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외국인 유학생 활용 방안을 넓히는 내용의 법안이 지난해 발의됐고, 2021년 외국인력정책위원회에서도 관련 내용을 결정했는데 제도 변화가 너무 느리다”며 “우수 인력을 중소기업 등 현장에 연결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산업계 요구에 사무직·전문직(E-1~7) 등으로 제한했던 외국인 유학생 대상 취업허용업종을 구인난이 심한 산업 분야 등으로 확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