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정부의 행정처분 등 징계가 임박하면서 각 대학 의대 교수들의 사직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10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A 교수(안과)는 지난 8일 병원 내부전산망에 “이제 아주대병원 교수직을 내려놓고자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A교수는 “전공의들의 목소리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고 비민주적인 밀어붙이기와 초법적인 협박을 일삼는 태도는 견디기가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그는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로서, 학생과 전공의를 가르치는 교수로서,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으로서 이 거대한 상황에 무엇도 할 수 없다는 자괴감을 심하게 느껴 괴롭다”며 “미력한 교수 한명이라도 그들의 좌절감을 함께하고 싶었다고 알리고 싶다”고 적었다.
A교수는 아주대 대학본부 측이 교육부에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기존 40명에서 144명으로 요청한 데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게시글에서 “정부에 협박 당하고 국민들에게 천하의 몹쓸 인간이 돼 비난받고 이제껏 노력한 결과들이 수포가 될 수 있음을 알고도 돌아오지 않는 그들(전공의)의 손을 대학마저 매정하게 놓아버리는 것은 스승이라면, 같은 길을 가는 동료라면 보일 수 없는 태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공의들과 학생들에게 스승으로서 함께 지지하고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무책임한 말을 남기고 그만 사직하고자 한다”고 글을 끝맺었다.
아주대 의대에서는 대학의 의대 증원 요청과 정부의 전공의 징계 방침에 반발해 사의를 밝히는 교수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주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교수협의회 차원에서 사직 인원을 정식 집계하고 있지는 않지만, 전날까지 3∼4명 정도의 교수가 이번 사태로 인해 사직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태가 진전되지 않으며 향후 더 많은 교수가 사직에 동참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및 수리 현황은 내부 정보로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충남대 의대 교수들도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에게 사법조치가 취해질 경우 사직서 제출 등의 행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충남대의대, 충남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 교수들로 구성된 충남대 의대 비대위는 지난 7∼8일 전체 교수(373명)를 대상으로 ‘전공의들이 면허정지 등 실제 사법적인 조치를 당한다면 전공의와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겸직해제, 사직서 제출 등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은 결과 응답자의 93%(316명)가 찬성했다고 전했다.
비대위는 “의학 교육에서 가장 핵심이 돼야 할 교수의 교권과 학생·수련 전공의들의 학습권을 무시한 채 졸속으로 진행되는 행정·사법 처리를 규탄한다”며 “이른 시일 내 긴급총회를 열고 구체적인 행동 방식을 논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공의 87%가 사직한 부산대병원은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정성운 부산대병원장은 지난 8일 병원 내부게시판에 올린 ‘부산대병원 임직원께 드리는 글’에서 “최근 현실적인 문제들로 인해 비상 경영 상황까지 맞게 돼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비상 경영 체제 돌입을 선언했다.
부산대병원은 최근 전공의 246명 중 87%인 216명이 사직했다.
지난 1일부터 출근이 예정됐던 전임의 27명 중 22명이, 신규인턴 50여명이 임용을 포기했다.
이에 수술 건수가 많이 줄고, 병상 가동률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이달에만 100억원대 적자가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병원장은 “그동안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지역의 중증·필수 의료 중심이라는 자부심 아래 현명하게 이겨내던 우리 모습을 떠올리며 지혜와 힘을 조금만 더 모아달라”며 “병원장으로서 현장의 목소리와 조금 더 가까이 소통하며 어떻게 하면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지 더 고민하겠다”고 강조했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수술과 입원이 많이 줄어 평일 5억∼6억원씩 적자를 보고 있다”며 “11일부터 비상경영 2단계에 돌입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