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은 사탕 받으러 다니는 날”…‘이태원 참사’ 김광호 전 서울청장 “혐의 부인”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11일 이태원 참사 공판준비기일 출석
서울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1차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혐의 수사 대상 경찰 간부 중 최고위직이자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참사 500일 만에 시작된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미국의 핼러윈과 우리나라의 핼러윈 문화를 비교한 김 전 청장 측이 이태원 일대 경찰력 대규모 사전 투입은 크리스마스나 여름철 해수욕장에 경찰력을 미리 투입해야 한다는 것과 같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쳐 비판받을 여지가 있다.

 

김 전 청장 측은 11일 오전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권성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공판준비기일에서 “김 전 청장은 도의적 책임감을 갖고 살아간다”며 “하지만 형사재판은 도의적·행정적 책임을 논하는 자리가 아닌 형사적 책임을 논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본건 사고로 인명피해가 있었고 당시 서울경찰청장이었다는 것만으로 공소제기는 정당화되지 않는다”며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공판준비기일은 재판 일정이나 사건 쟁점 등을 정리하는 절차로 피고인의 출석 의무는 없지만 김 전 청장과 그의 변호인은 이날 재판에 참석했다. 사고를 예측했거나 예측 가능성이 구체적이고 상당한데도 주의 의무를 게을리했을 때만 공소가 유지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특히 이 대목에서 김 전 청장 측은 “미국의 핼러윈은 아이들이 사탕을 받으러 다니는 날이고 한국에 들어와서는 분장하고 파티하는 날이 됐다”고 강조해 경찰 최고직 간부의 사회적 공감능력 부족이라는 비판 제기 가능성을 자초했다.

 

이와 함께 김 전 청장 측은 “파티를 많이 하는 날이라고 해서 압사 사고를 예상하고 경찰력을 사전에 투입했어야 한다는 주장은 ‘크리스마스나 여름철 해수욕장에 경찰력을 사전에 대규모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라고도 표현했다.

 

핼러윈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파티한다는 이유로 군중 운집과 압사 사고까지 예상해 경찰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건 과도한 주장이라는 김 전 청장 측 얘기로 들린다.

 

김 전 청장은 이태원 일대에 인파가 몰려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예견하고도 적절한 경찰력을 배치하지 않는 등 지휘·감독 조치를 다하지 않아 참사 당일 사상자 규모를 키웠다는 혐의를 받고 지난 1월 불구속 기소됐다. 경찰 특별수사본부의 김 전 청장 불구속 송치 1년 만이며, 검찰은 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이처럼 결정했다. 김 전 청장은 같은 달 말에 직위가 해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