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고난" 20대는 서울로… "집값 부담" 30대는 탈서울 [뉴스 투데이]

2007∼2022 인구이동 패턴 분석

서울, 20대 제외 전 연령층 순유출
경기선 1인 가구 순유입 두드러져

경기, 수원·성남·평택·오산 등
기업 많은 지역에 순유입 몰려

수도권 인구이동 평균거리 증가
40㎞ 이상 5.3%서 7.1%로 늘어

“집값 부담… 서울 엑소더스 심화”
전문가, 공공임대 확대 등 지적

인천 연수구가 집인 윤모(28)씨는 지난해 서울에 직장을 얻으면서 1개월 정도 출퇴근을 하다 고시원을 잡았다. 직장을 오가면서 길 위에서 쓴 시간이 매일 3시간여에 달해 시간도 아깝고 몸도 고됐기 때문이다. 윤씨는 “퇴근하면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었지만, 퇴근길은 ‘고난의 행군’이었다. 그래서 결국 서울 영등포구에 원룸을 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거비용 부담이 더 커지긴 했지만 삶의 질은 달라졌다”고 웃었다.

 

반대로 서울 토박이인 김모(32)씨는 지난달 경기도민이 됐다. 남양주시에 월셋집을 얻었다. 그는 “처음 독립하면서 한정된 자금으로 지역 인프라와 교통 등 수많은 조건을 고민해서 이곳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구한 집이 싸지는 않지만, 서울에서라면 이 같은 조건에 비슷한 집을 얻기는 불가능하다”며 “서울에 있는 직장과 여자친구의 집까지 고려해 ‘탈(脫)서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직업 선택과 집값 고민 등을 이유로 경기 김포 한강, 화성 동탄, 인천 검단 등 수도권에 건설된 2기 신도시가 입주한 2007년부터 2022년 사이 15년간 20대는 주로 서울로, 30대는 경기도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층의 이들 지역에 몰리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인구·일자리 격차도 자연스레 커지고 있다.

 

1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주택연구원의 ‘지역특성을 고려한 수도권 내 인구이동 패턴 변화 분석 연구’에 따르면, 이 기간에 서울에선 2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주민등록 전입보다 전출이 많은 순유출이 일어났다.

 

연구원은 지금과 같은 출산율 저하 및 고령화에 따른 인구 정체기에 인구 성장보다는 인구이동이 더 중요한 정책 고려사항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인구주택총조사·국내인구이동통계·주거실태조사 자료 등을 활용해 연구를 진행했다.

 

분석 결과, 서울에선 20대가 2007년부터 2016년까지는 전체 인구에서 해당 연령대 이동자 수를 나눈 비율인 순이동률 측면에서 증감을 반복하다 2017년부터 본격 증가한 패턴이 확인됐다. 이후 가장 최근인 2022년에 0.5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반면 경기도는 전 연령층에서 순유입이 일어나고 있으며, 30대의 순이동률이 가장 높게 보였다. 30대 순이동률의 경우 2018년에 0.4%로 가장 높았다가 그 이후 점차 감소하고 있으나 여전히 높은 비율을 유지 중이라는 것이다.

20대와 30대의 서울과 경기로의 인구집중은 2016년부터 그 비율이 예년보다 큰 폭으로 늘어난 실태도 확인됐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비수도권 인구가 감소세를 보였으며, 3년 뒤인 2019년 마침내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넘어섰다. 2016년부터는 수도권의 25~29세 인구도 꾸준한 증가 추세다. 이는 수도권으로 일자리가 집중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은 19세 이하 1인 가구의 순유입이 많은 특징도 드러냈다. 중구와 광진·동대문·성북·서대문·마포·동작·관악구 등을 중심으로 순유입 1인 가구가 꾸준히 발생했다. 20대의 1인 가구는 도봉·노원·양천구를 제외한 모든 구에서 순유입이 발생했다. 19~20대 대학생들의 유입이 꾸준해서다. 하지만 서울에선 30대부터 70대 이상까지 1인 가구의 순유출이 또한 계속 이어졌다.

 

경기도는 전 연령층에서 1인 가구의 순유입이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20대, 30대, 40대의 1인 가구의 순유입이 두드러졌다. 20대의 경우 수원·성남·평택·오산·화성시 등을 중심으로 순유입이 발생하고 있으며, 30대는 평택·고양·오산·용인·김포·화성·광주시 등에 몰렸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서 이용객들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는 젊은층이 일자리의 기회가 많고 서울보다 주택 가격이 낮은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실제 연구원이 전입신고서 등에 기재된 사유를 봤더니 서울은 직업에 의한 이주가 많았고, 경기도는 주택(주거)에 의한 전입의 경우가 가장 많았다. 반대로 서울은 최근 10년 동안 주택에 의한 순유출 현상이 지속 중이다.

 

집값 상승은 수도권을 한층 광역화하는 현상도 만들어냈다. 연구진이 서울 기점 인구이동의 평균 거리를 계산했더니 서울→경기·인천의 평균 이동 거리가 2012년 20.9㎞, 2017년 21.4㎞, 2022년 21.7㎞로 최근 10년간 0.8㎞ 증가했다.

 

또한 10㎞ 이내 인구이동은 2012년 60.1%에서 2022년 56.1%로 4.0%포인트 낮아졌다. 10~20㎞ 인구이동은 2012년 19.6%에서 2022년 20.1%, 10~20㎞ 인구이동은 2012년 9.2%에서 2022년 9.8%로 소폭 증가했다. 인구이동 증가는 30㎞ 이상 장거리에서 두드러져 30~40㎞ 인구이동은 2012년 5.8%에서 2022년 6.9%로 1.1%포인트 늘었다. 40㎞ 이상 인구이동은 2012년 5.3%에서 2022년 7.1%로 가장 많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서울에서 인구이동 비중 변화가 가장 큰 지역은 송파구→하남시 루트였다. 강서구→인천 서구, 강동구→하남시, 강남구→하남시가 그 뒤를 이었다. 하남시는 하남신도시가, 인천 서구는 검단신도시가 있는 곳이다.

서울 시내 아파트와 주택 모습.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분양가와 전셋값 고공행진이 이어질 올해도 집값으로 인한 서울 ‘엑소더스’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직장과 인프라에 대한 고민 끝에 서울로 와야 하는 젊은층이 경제력을 갖추지 못해 질 낮은 주거환경에 노출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권대중 서강대 교수(부동산학)는 “경제력이 없는 젊은 층의 경우에는 서울에서 전세나 월세를 살기조차 힘들 만큼 집값이 높다”면서 “집주인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방법들은 사실상 한계가 있다. 정부가 나서서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해야 이 같은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번 연구에선 2005년부터 대학·대학원을 이수한 고학력자 인구 유입이 꾸준했고, 서울·인천·경기도에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와 ‘사무 종사자’의 인구이동이 가장 많거나 증가 추세라는 점에서 이른바 ‘고차산업 종사자’가 수도권에 집중되는 특성도 드러났다. 서울은 다만 현재 그 비중이 감소 추세다.

 

여러 변수 중 아파트가 인구이동에 미친 영향력은 장기적으로 하향 추세이지만, 여성의 경우는 달랐다. 2017년까지 하락했던 아파트의 여성 이동에 미친 영향력은 이후 2022년까지 급상승했고, 20∼30대와 40∼50대 여성 그룹에서 상승 추세가 더욱 두드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