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으로 바꾸는 지역사회…성남·하남·평택 시민 합창단에 이목 집중 [밀착 취재]

성남시 발달장애인 부모합창단…부모의 자아실현, 장애 인식 개선
하남시 솔트 다문화 합창단…다문화 가정 정착과 상호이해 목적
평택시 브랜뉴 합창단…정신질환자 사회성 증진과 재활에 무게
용인시 수지실버합창단…고령화 시대 노년이 주역, 수준급 실력

인구 1400만의 경기도 곳곳에서 노래로 지역사회를 바꾸기 위한 활발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자아실현과 공동체 정신을 강조하는 ‘특색있는’ 합창단이 속속 등장하면서 지역사회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14일 성남시에 따르면 전날 시가 창단한 ‘발달장애인 부모합창단’은 발달장애 자녀를 돌보느라 자신의 꿈을 접고 살던 부모들에게 자아실현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노래를 통해 평소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장애에 관한 인식을 바꾼다는 목표도 내놓았다.

성남시 발달장애인 부모합창단과 시청 관계자들이 13일 창단식 직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성남시 제공

분당구 야탑동의 한 교회에서 ‘고향의 봄’을 부르며 창단식을 치른 합창단은 1, 2차 오디션을 거쳐 15명(소프라노 7명, 알토 6명, 베이스 2명) 규모로 꾸려졌다. 시는 차츰 단원 수를 늘려 40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 성남시 장애인가족지원센터에서 연습하면서 공공기관, 기업체, 시화복지기관 등을 방문해 공연하게 된다. 3800명 넘는 시 발달장애인들의 홍보대사 역할도 맡는다.

성남시 발달장애인 부모합창단이 13일 창단식에서 ‘고향의 봄’을 부르고 있다. 성남시 제공

시 장애인복지팀 관계자는 “발달장애인 부모합창단원들이 성악을 전공한 분들은 아니지만 자녀를 키우며 비슷한 아픔을 겪어 결속력이 강하고 노래가 전하는 메시지도 다르다”고 전했다.

 

중국·일본·베트남 등에서 온 이주 여성들과 그 자녀들로 구성된 하남시의 ‘솔트(salt) 다문화 합창단’은 이미 지역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2017년 지역 페스티벌 참여를 위해 단기 프로젝트로 꾸려진 합창단이었지만, 이제 20명 안팎이 모여 웅장한 하모니를 만드는 화합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하남시의 솔트 다문화 합창단의 이주 여성들과 그 자녀들이 두 손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하남=최상수 기자

하남시 글로벌다문화센터에 등록한 이주 여성들과 자녀들이 전통복장을 입고 지역 행사 무대에 오르면 박수가 쏟아진다. 시 관계자는 “이주가정의 안정적 정착과 상호이해를 높이기 위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평택시 정신건강복지센터의 ‘브랜뉴(Brand-New) 합창단’은 정신질환자의 재활과 사회성 증진을 위해 지난해 3월 출범했다. 브랜뉴는 ‘새것’이라는 뜻으로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정신장애인과 봉사자의 열정을 표현했다. 합창단은 센터 등록회원 20명과 직원 5명, 봉사자 3명, 지휘자·반주자 각 1명으로 꾸려진다.

 

브랜뉴 합창단의 한 회원은 “평소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두렵고 무서웠는데 노래로 마음을 표현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열린 월례회의에서 공연하는 평택시 브랜뉴 합창단. 평택시 제공

일부 지역에선 이미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선 합창단도 등장하고 있다. 용인시 ‘수지실버합창단’은 고령화 시대 노년을 활기차게 보내기 위해 노인 59명이 모여 창단한 단체다. 이들은 매년 정기연주회를 열 만큼 수준급 실력을 자랑하며, 다양한 경연대회에서 입상한 바 있다. 이달 27일에는 용인시 평생학습관에서 선열들의 독립 의지를 되새기는 공연을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