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의 최대 피해국은 최대 탄소 배출국이 아니라 최빈국이다. 특히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극빈층이 가장 큰 피해를 본다. 무분별한 탄소 배출로 인해 지구를 파괴하고 있는 슈퍼리치들은 안전한 장소에 거주하며 기후위기에 쉽게 대처할 수 있지만 어떠한 안전장치도 없이 살아가는 빈곤층은 같은 재난 상황에도 더 큰 손실과 피해를 겪는다. 실제로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기후 평등: 99%를 위한 지구’ 보고서에 따르면 부의 불평등이 심한 국가에서 홍수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이 7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 유색인종, 소외계층 등이 기후변화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옥스팜은 이러한 기후 불평등의 현실을 조금이나마 줄여보기 위해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한 지역에서 반복되는 재난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재난위험 경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3년 한 해에만 옥스팜의 다양한 구호 활동을 통해 1550만 명이 지원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홍수와 사이클론, 가뭄 등 기후변화에 세계적으로 가장 취약한 지역으로 꼽히는 방글라데시 중북부 시라지간지 지역에서의 지난 2년여 간의 활동은 많은 성과를 거뒀다. 옥스팜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2021년 12월부터 시라지간지 지역을 대상으로 재난 발생 시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을 위한 지역사회 역량과 인프라를 구축하고 식수 및 위생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해 왔다.
특히 옥스팜이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시라지간지의 차우할리 지역은 비가 내리면 주택과 학교가 침수되고 도로도 물에 잠겨 배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옥스팜은 도로, 대피소, 주택 등 주요 인프라를 재건하고 재난 발생 시 즉시 사용이 가능한 식수시설 45개와 화장실 등 위생시설 35개를 설치했다. 또한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개발사업에 지역민을 고용하고 인건비를 지급하는 ‘캐시포워크(Cash for Work)’ 프로그램을 통해 11개의 홍수 대응 인프라를 구축했다. 지역민 고용을 통해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고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직접 참여시켜 지역공동체 성장에도 기여한 것이다.
학교의 안전성 개선에도 앞장섰다. 학교는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공간이자 재난·재해 발생 시 주민들의 대피소로 사용되는 중요한 공공장소다. 옥스팜은 큰 비용이 드는 지반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지방정부는 학교 건물을 증축하는 협업 시스템을 통해 학교의 재난위험 경감사업을 수행했다. 이외에도 지방정부 및 방글라데시 재난관리위원회가 체계적인 재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위기대응 계획을 수립하고 주민을 대상으로 비상 대피 훈련 및 안전교육 등을 진행했다.
옥스팜 코리아 국제개발팀 이정온 팀장은 “방글라데시에서 진행한 재난위험 경감사업을 통해 적절한 지원과 경험이 축적된다면 그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무엇보다 현지 주도의 대응 활동을 통해 지역민 스스로 솔루션을 모색하고 지역사회의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기후변화의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고 그로 인한 기후 재난과 위기 상황은 어느 한 국가나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을 갖고 모두 함께 대응한다면 그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942년 영국 옥스퍼드에서 시작된 옥스팜은 실용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인도주의적 긴급구호 및 개발활동을 펼치고 있는 국제구호개발기구다. 80년 넘게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식수, 위생, 식량원조, 생계자립, 여성보호 및 교육 프로그램 등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빈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고자 각국 정부 및 국제기구와 협력해 정책 입안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6만 파운드를 지원하며 전쟁으로 고통받는 한국인들을 위한 긴급구호 활동을 펼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