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과 달리 평온… '전공의' 빠진 자리 '전문의'가 밤새고 있었다 [밀착취재]

부산지역 ‘전문병원’ 찾아가보니...전문의 60명이 외래환자 1000명 진료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 계획에 반발하면서 시작된 전공의 이탈 사태가 장기전으로 치닫자 정부가 최근 전국 강소 전문병원 육성 카드를 빼들었다. 아직 구체적인 세부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전국에 산재해 있는 3400개의 2차 종합병원과 분야별 전문병원의 시설과 인력 규모를 키우고 수가 인상 등을 통해 이들 병원을 집중 육성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전문의 이탈 사태 이후에도 평소와 다름 없는 부민병원 2층 접수대 대기실 

전공의 이탈 사태로 대학병원을 비롯한 상급 종합병원은 파행 운영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예상과는 달리 부산지역 2차 병원은 평소와 다름없이 평온한 상황이다.

 

지난 15일 부산 북구 덕천동 부민병원을 찾았다. 이 병원은 본원인 이곳을 비롯해 구포와 해운대, 서울 강서구 등 4곳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응급의료기관인 부민병원은 심뇌혈관센터와 관절 전문병원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 병원은 374병상 규모로, 현재 입원환자 340여명과 하루 평균 1000명의 외래환자를 전문의 60명과 간호사 440여명(간호조무사 100명 포함)이 진료하고 있다. 원래 6명의 전공의(인턴 2명, 레지던트 4명)가 근무하고 있었으나, 전공의 파업이 시작되면서 레지던트 4명이 병원을 그만뒀다. 따라서 24시간 가동하는 중환자실과 응급실은 전문의들이 매일 돌아가며 당직근무를 서고 있는 상황이다.

 

부민병원 외래환자들이 1층 접수 대기실에서 접수 및 결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기자가 병원을 찾은 이날도 대학병원에서 이 병원으로 전원(병원을 옮기는 것)한 중증환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입원환자와 외래환자 모두 평소와 같이 진료와 처방을 받고 있었다.

 

문상호 행정부원장은 “전공의 사태로 아직까지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면서도 “전공의가 빠져나간 자리를 전문의들이 메우면서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생명이 위급한 중증환자나 암 환자들은 대부분 2차 병원으로 전원하지 않고, 대학병원 등 상급 종합병원에서 대기 중이다. 2차 병원이 아무리 이름난 전문병원이라고 해도 설비와 장비, 의료인력 등에서 상급 종합병원과는 상대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환자들도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데 큰 불편이나 문제가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이석증으로 3주 전부터 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는 60대 여성 A씨는 “진료와 처방받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고, 불편한 점도 없다”고 말했다.

 

부산 북구 덕천동 부산 부민병원 응급실

현재 정부와 의사협회 간 힘겨루기 상황이 하루속히 정리돼 국민들이 안심하고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랄뿐이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와 의협의 한 발짝씩 물러나 협상을 통해 절충점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고, 의료진들은 현장에 복귀해야 한다.

 

최창화 병원장은 “전국에 분야별 전문병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이 대학병원과 이른바 서울 ‘빅5 병원’으로 몰리는 것은 의료장비와 인력문제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시설과 장비, 훌륭한 의료진이 많은 병원에서 진료 받고 싶은 것은 모든 인간의 공통된 욕망”이라며 “환자들이 3차 병원으로 몰리는 것을 막고, 지방의료·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선 분야별 맞춤형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에게 수가 인상과 법적 처벌 문제 해결,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