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불량품’ 막말 논란 양문석, 때늦은 사과는 했지만...

“유가족, 노 전 대통령 존경하는 많은 분들께 사과”
“정치 뛰어들며 노 전 대통령 고뇌 이해해”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양문석 후보.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양문석 후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이명박과 노무현은 유사불량품’ 등 과거 쓴 칼럼으로 공천 철회 요구가 당내에서 거세지는 가운데, 양 후보가 16일 처음으로 입장문을 내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양 후보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저의 글에 실망하고 상처받은 유가족과 노 전 대통령을 존경하는 많은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적었다.

 

양 후보는 “정치인으로서 정치 현장에 본격 뛰어들었다”며 “정치적 판단에 대한 수 많은 고려 요인을 배워왔고 그때마다 노 전 대통령의 고뇌를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 현장에서 겪었던 수많은 좌절의 순간마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 역정으로부터 위로받아 왔다”며 “그리고 수많은 반성과 사죄의 시간을 가져왔다”고 강조 했다.

 

양 후보는 지난 2008년 언론연대 사무총장 시절 뉴스 매체 ‘미디어스’에 “국민 60~70%가 반대한 한미 FTA를 밀어붙인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불량품”이라는 내용의 칼럼을 기고했다.

 

양 후보가 작성한 칼럼의 제목은 ‘이명박과 노무현은 유사불량품’이다. 노 전 대통령을 ‘불량품’으로 규정하고,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행보를 따라가선 안 된다는 내용이다.

 

양 후보는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김대중 전 대통령 때문에 한국경제가 엉망이 되었다며 전직 대통령과 정부를 원망했고, 시도 때도 없이 신문사들을 향해 소송을 제기했다”며 노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두가지 면모를 보면 노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은 ‘유사품’이라며 싸잡아 비난했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 민주당 후보가 ‘노무현 정신’을 훼손하는 발언을 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노무현재단의 이사장이기도 한 정 전 총리는 지난 15일 입장문을 내고 “이사장이기에 앞서 노무현의 동지로서 양문석 후보의 노무현에 대한 모욕과 조롱을 묵과할 수 없다”며 “양 후보에 대한 당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에 몸담고 국민을 대표하겠다는 정치인이 김대중 노무현을 부정한다면 이는 당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김대중 노무현을 욕보이고 조롱한 자를 민주당이 당의 후보로 낸다는 것은 당의 정체성을 파괴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상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김 전 총리도 “양문석, 김우영 등 막말과 관련해 논란이 있는 후보들이 있다”며 “다시 한번 검증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도태우, 정우택 후보에 대한 공천을 철회했고, 장예찬 후보까지 공천 철회를 검토하고 있는데, 우리 당이 이런 부분에서 미적거리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겸손하게 자세를 낮춰야 승리할 수 있다”고 했다.

 

‘원조 친노’로 분당갑 공천을 받은 이광재 후보 측도 긴급 메시지를 내고 “국민의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며 당의 결단을 촉구했다.

 

다만 이재명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을 욕하는 게 국민의 권리 아니냐’고 말했다”며 막말은 아니라는 양 후보를 두둔하는 입장으로 말했다. 이 대표는 “표현의 자유가 있다. 다만 그 선을 넘느냐, 안 넘느냐인데 국민 폄훼나 소수자, 약자 비하엔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