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병원서 일하는데”…직장갑질119 “병원 노동자 10명 중 7명 괴롭힘 당해”

“중소 병의원장 권력 집중…5인 미만 사업장도 근로기준법 적용해야”

갑질 피해를 당한 중소 병·의원 노동자 절반 이상은 상사로부터, 4명 중 1명은 사용자인 병원장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시민단체 분석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직장갑질119는 18일 병원 노동자로부터 받은 제보 62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직장갑질119는 2022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이메일로 받은 제보 내용을 분석했는데, 복수통계를 적용해 총 62건 중 42건(67.7%)은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이었다. 이 밖에 임금 체불 21건(33.9%), 징계·해고 7건(11.3%), 노동시간·휴가 문제 6건(9.7%) 등이었다. 

 

괴롭힘과 성희롱 가해자로는 상사가 다수를 차지했다. 64.3%를 차지하는 27건은 상사에 의해 벌어졌으며 병원장이 가해자인 경우도 10건(23.8%)로 나타났다. 이 단체에 들어온 신고 중에는 “직장 내 괴롭힘이 너무 심해서 상담을 했더니 병원 실장이 불러 ‘우리 병원이 규모가 작지도 않고 원장님 인맥도 넓다, 이력서를 내면 우리(병원)에 연락이 와서 네가 어떤 사람인지 물어본다’며 ‘병원에서 일하고 싶으면 신고하지 말고 조용히 나가라’고 했다”는 제보도 있었다.  

 

또 다른 제보자는 “야간 간호사를 배치하지 않아 여러 번 건의했으나 ‘간호사가 뽑히지 않는다’며 구해주지 않았다”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은 사직서를 쓰라고 강요해 쫓아내기 일쑤”라고 토로했다.

 

설문조사로도 병의원 노동자는 일반 직장인보다 직장 내 괴롭힘에 취약한 상태로 드러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지난해 12월4∼11일 전국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종사자 29.5%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일반 직장인 평균인 27.3%보다 2%포인트 정도 높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들이 주로 겪은 괴롭힘 유형은 △모욕·명예훼손(19.3%) △폭행·폭언(15.9%) △따돌림·차별(13.6%) 순이었다. 괴롭힘을 경험해본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종사자들은 38.5%가 이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체 직장인 평균은 33.3%로 이들보다 5%포인트가량 낮았다. 특히 작은 규모의 병의원일수록 원장이 막대한 권력을 갖고 갑질로 나타난다고 단체는 분석했다.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 추진위원인 장미 노무사는 “중소 병의원은 원장과 그가 신임하는 실장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구조”라며 “원장과 실장들의 네트워크도 공고하기에 직원들은 부당한 대우에도 참고 일하거나 조용히 나가는 것을 택한다”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는 “중소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간호조무사, 물리치료사, 치위생사 등 병원노동자 모두 국민 건강을 지키지만 이들은 노조에 가입하기 어렵고 의사·수간호사·관리자 갑질에 노출돼 있다”며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이 적용돼야 하고 중소 병의원에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규정과 해고 금지규정이 최우선적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