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지방소멸 여파로 폐교 위기까지 내몰렸던 강원 폐광 지역 고등학교가 야구부 창단으로 기사회생했다. 강원 영월군 상동고 동문과 지역 주민들은 야구부를 통해 학교 70년 역사를 이어 갈 뿐 아니라 창단 7개월 만에 거둔 첫 승으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소속감과 희망을 갖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상동고에 따르면 상동고 야구부는 전날 강원 횡성군 베이스볼테마파크에서 열린 ‘2024 고교야구 주말리그’ 두 번째 경기에서 창단 7개월 만에 첫 승을 거뒀다. 상동고 야구부는 지난해 8월 창단됐다. 영월군 상동읍은 광업이 황금기를 구가하던 1950년대 다량의 텅스텐이 매장돼 있어 전국 각지에서 돈을 벌려는 외지인들로 가득했다. 인구가 4만명에 육박하자 자연스럽게 1955년 상동고가 설립됐다.
하지만 1990년대 폐광과 함께 상동읍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상동읍 인구는 1000명 안팎까지 떨어졌고 상동고에는 3학년생 3명만 남았다. 상동고는 2024학년도 예정된 신입생이 1명도 없어 자연스럽게 폐교될 위기에 처했다. 그러자 상동고 동문과 지역 주민들이 ‘유일한 고교 살리기’에 적극 나섰다. 이들은 상동고를 공립 명문 야구 고교로 만들자고 뜻을 모은 뒤 전국에서 선수들 모집에 나섰다.
동문과 지역 주민, 영월군까지 나서 백방으로 선수를 모집한 까닭에 서울과 인천, 강원 강릉시 등에서 고교 야구선수 15명이 상동고로 전학을 왔다. 지난해 상동고 야구부가 창단이 되자 프로야구 선수로서 인생 목표를 정한 예비 고1 학생선수 14명이 상동고에 합류했다. 올해 0명이 될 뻔한 상동고 전교생이 1·2학년 포함해 29명으로 늘게 됐다. 모두 야구부원이다.
야구부 창단 후 첫 출전은 최근에서야 이뤄졌다. 상동고 야구부는 지난 16일 ‘2024 고교야구 주말리그’ 첫 공식 경기에서 고교야구 전통 강호인 강릉고와 맞붙었다. 경기 초반 고전하던 상동고 야구부는 3회말 첫 안타를 때렸다. 이현용(17) 선수가 친 공이 내야를 가로질렀다. 상동고 선수들은 “우리도 할 수 있다”고 환호성을 질렀다. 상동고는 악전고투했지만 7회 콜드게임으로 경기를 내줬다.
강원고와 맞붙은 두 번째 경기는 달랐다. 상동고는 경기 초반 5점을 연이어 득점하면서 강원고를 3점 앞서 나아갔다. 마지막 9회말까지 우위를 점한 상동고는 8-7로 첫 승을 거머쥐었다. 최약체 팀으로 평가받던 신생팀이 파란을 일으킨 것이다. 이날 2점을 득점한 고규민(18) 선수는 “명절도 반납하고 연습했다. 응원해 준 상동읍 주민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윤수종 교장은 “겨울 전지훈련 때만 해도 불안한 경기력으로 우려가 컸으나 이번 대회를 통해 희망을 갖게 됐다”며 “야구부 창단부터 지금까지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은 영월군과 상동읍, 동문회, 지역 주민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