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 적극적인 규제 해소와 원스톱 행정 지원으로 초대형 투자를 결정했어요.”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는 대구 달성군 국가산업단지 2단계 구역 내 55만8909㎡ 부지에 대규모 이차전지 소재 클러스터를 신규로 조성하는 이유를 이같이 말했다. 양극재 기업인 엘앤에프는 지난해 11월 대구시와 지역 역대 최대 투자인 2조5500억원 규모의 신규투자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회사 측은 하이니켈 양극재 생산 전문 기업에서 차세대 음극재와 리튬인산철(LFP) 양극재까지 양산하는 이차전지 종합소재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으로 기대한다. 최 대표는 “국내 이차전지 기업이 복잡한 규제와 입지 한계로 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앞으로 대구시와 더 긴밀히 협력해 관련 산업 성장과 인력 채용 강화 등 지역 경제가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수도권 소재 인공지능(AI) 기반 보안 업체인 포커스에이치엔에스는 이달 3일 연구센터 건립을 주된 내용으로 한 투자 협약을 대구시와 체결했다. 수성알파시티 내 2112㎡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 AI 기반 연구센터를 짓는다. 총투자금은 997억원으로 2026년 10월 완공이 목표다. 김대중 대표는 “모빌리티(이동수단)와 스마트 팩토리(지능형 공장) 부문 AI 안전 솔루션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던 중 동·남부권 고객사와 인접해 있고 해당 분야 인재가 밀집한 대구에 투자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일 대구시에 따르면 민선 8기 출범 이후 5대 신산업 분야 핵심 선도 기업 30개사가 지난 1년9개월간 8조2864억원을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이는 지난 10년간(2012∼2022년) 지역 투자 총액(4조8312억원)의 1.8배에 달하는 규모다. 시가 지난 한 해 동안 유치한 기업 투자액은 4조963억원에 이른다.
지역 주요 경제 지표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대구 지역 15세 이상 연간 고용률은 전년 대비 0.7%포인트 상승한 59.8%다. 전국 평균 증가 폭인 0.5%포인트보다 0.2%포인트를 웃도는 수치다. 취업자 수도 전년 대비 1만9000명 늘어난 124만7000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출액은 110억달러로 전년 대비 3.5% 증가했고, 수출증가율도 전년 동기 대비 3.5% 늘었다. 17개 시·도 중 2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기차 배터리 소재, 이차전지 제조용 장비 등 신성장 산업 분야에서 수출 상승을 견인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로봇·모빌리티 등 투자 잇따라
대구는 산업구조 대개혁으로 확장한 경제 영토에 걸맞게 ABB로 상징되는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선도해 나가고 있다. 대구시는 수성알파시티를 ‘비수도권 최대 글로벌 디지털 혁신지구’로 조성하는 예타 사업과 함께 SK리츠운용와 8000억원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는 등 ABB 앵커시설을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안중곤 대구시 경제국장은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약속한 수성알파시티의 국가 디지털 혁신지구 지정이 이뤄지면 디지털 기업 1000개사, 고용 인력 2만명 창출 등으로 성남 판교 부럽지 않은 활력과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도체 분야는 세계 1위 차량·전력용 시스템 반도체 기업인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디지스트)에 ‘IoT(사물인터넷) 혁신센터’를 건립했다. 국내 1위 차량용 반도체 설계 기업인 텔레칩스도 지능형 반도체 개발을 위한 ‘대구 R&D센터’를 건립했다. 미래모빌리티 분야는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 프랑스 발레오, 미국 보그워너 등을 유치해 미래차 부분 밸류체인을 구성했다. 로봇 분야는 세계 최초 AI 기반 자율주행 서빙로봇 제조 기업인 베어로보틱스를 유치한 데 이어 국내 첫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한 레인보우로보틱스, 이를 위탁 생산할 STS로보테크와 3자 투자협약도 체결했다.
◆기업 상담부터 채용까지 ‘원스톱’ 해결
대구시는 이 같은 투자 유치 성과가 전국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원스톱 기업투자 지원 체계 구축과 신속한 행정서비스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시는 민선 8기 출범 직후 전국에서 처음으로 인허가에서 착공까지 2개월 이내 모든 투자를 지원하는 ‘원스톱 기업투자센터’를 신설했다. 양극재 기업 엘앤에프 구지3공장의 경우 건축 인허가 처리 기간이 통상 6개월 내지 12개월인 것을 11일로 대폭 단축해 입주 일정을 1년가량 앞당겼다.
시가 매년 열고 있는 ‘기업 애로 해결 및 규제 개혁 합동간담회’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 5차례 합동간담회를 열어 64건의 복합애로·규제 사항을 발굴해 27건은 조치 완료했고 법률 개정이나 제도 개선 등의 검토가 필요한 26건은 현재 처리 중이다. 중소기업 판로 확대와 투자 채용까지 각종 어려움을 한자리에서 해결하는 ‘대구 원스톱 기업지원박람회’도 대구로 기업이 몰리는 마중물이 되고 있다.
◆ 정장수 대구시 경제부시장 “TK 신공항 추진 속도… 대기업들 대구 향할 것”
“대구 산업구조 대개편의 틀이 잡힌 만큼 이를 조기에 경제적 효과로 이어질 수 있게 정책을 구체화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습니다.”
정장수(사진)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20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민선 8기 출범 후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 추진과 달빛철도 특별법 통과로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응하고 지방 메가경제권 조성을 위한 공간적 토대를 마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부터 5대 신산업을 중심으로 한 대구 산업구조 혁신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 부시장은 지난 12년간 홍준표 대구시장의 경제 분야 최측근 역할을 해 왔다. 2022년 7월 민선 8기 출범과 함께 대구시 시정혁신특보, 지난해 5월 정책혁신특보를 거쳤다. 그는 누구보다도 홍 시장의 시정 철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정치적 동반자로 정평이 나 있다. 홍 시장과 함께 공공기관 통폐합, 대형마트 평일 휴무 최초 전환 등을 추진한 것은 아직도 전국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 회자되는 일화다.
정 부시장은 대구에 30년 가까이 대기업이 없는 이유는 항공물류가 없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수도권 대기업이 투자하는 신성장 동력 산업은 대부분 첨단 산업으로 99%의 수출 물량이 인천공항에 몰린 탓에 지방으로 대기업이 내려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도권 억제 정책에도 대구는 2029년 조기 개항을 목표로 대구·경북 신공항을 추진하고 있다”며 “신공항이 들어서면 군위에 첨단 산업단지가 조성되고 대기업이 스스로 대구를 찾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 부시장은 특수목적법인(SPC) 구성 완료 시점이 신공항 사업의 본격적인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는 “SPC 구성이 사업의 완벽한 출발점이 될 것이며 (그게 완료되면) 후속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며 “사업 지침상 민자사업자 공모 공고를 90일은 해야 하므로 총선 전에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구시가 전력투구하는 ‘기부 대 양여’ 방식의 신공항 SPC 구성에 정부도 더 많은 힘을 보태야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