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의대 정원 단계적 확대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

"내년 정원 증가분 2000명 비수도권 의대 배정"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국민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부여된 의사면허를 국민을 위협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환자의 곁을 지키고 전공의들을 설득해야 할 일부 의사들이 의료개혁을 원하는 국민의 바람을 저버리고 의사로서, 스승으로서 본분을 지키지 못하고 있어 정말 안타깝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지금 우리 앞에 있는 의료개혁이 바로 국민을 위한 우리의 과업이며 국민의 명령”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일각에서 의대 정원을 향후 단계적으로 늘리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약 27년간 의대 정원이 감축된 상태로 유지가 되어 왔기 때문에 (고령화 사회의) 의료수요 증가 속도에 비춰볼 때 절박한 현실 상황과 너무나 동떨어진 이야기”라며 “단계적 접근이나 증원 연기로는 국민의 생명을 살리고 지역과 필수의료의 붕괴를 막는 의료개혁을 결코 완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나중에는 훨씬 더 큰 규모의 증원이 필요해질 뿐만 아니라 매년 증원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과 갈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매년 국민들이 의사들 눈치를 살피면서 마음을 졸여야 한다면 제대로 된 나라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따져물었다.

 

윤 대통령은 “지금도 의료계 일부에서는 의대 증원에 대해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며 국민이 동의할 수 없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며 “의사의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의료 수준이나 서비스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은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조계와 같은 다른 전문 분야를 보더라도 전문가가 늘어나면 시장이 커지고 산업 전체의 규모와 역량이 더 커졌다”며 “앞으로 의학을 공부하고 임상을 경험한 의사들이 바이오 메디컬 산업 분야에 진출하게 되면 의료인들의 기회와 활동 영역은 엄청나게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3년마다 나오는 보건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사들의 평균 소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고 간호사 평균 소득의 약 5배로 의료인 간 소득격차도 OECD 최고 수준”이라며 “의사가 늘면 이러한 불균형도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뉴스1

윤 대통령은 지난 20년 간 미국이 의대 정원을 7000명, 프랑스 6150명, 일본 1759명 늘린 사례를 언급하며 “반면 우리나라는 27년간 정원을 단 한 명도 늘리지 못했다. 오히려 2000년 의약분업으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의대 정원을 단계적으로 351명이나 감축했다”며 “여기에 최근 미용 성형 의료로 의사가 매년 600~700명 가까이 빠져나간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1000명 가까이 필수 의료를 담당할 의사가 줄어들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령화로 인한 의료수요의 폭발적 증가는 필연적으로 의사 수요의 폭발적 증가를 의미한다”며 “그런데도 우리나라 의사 인력 정책은 시대와 현실에서 동떨어져 실패의 역사를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내년도 의대 정원 증가분 2000명을 비수도권 지역 의대를 중심으로 대폭 배정해 지역 필수의료를 강화할 것”이라며 “지역별 인구, 의료수요, 필수의료 확충 필요성, 대학별 교육여건 등을 감안하여 증원된 의대 정원을 먼저 권역별로 배정하고 다시 권역 내에서 의과대학별로 나누어서 정원을 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의료개혁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의사, 간호사, 병원 관계자, 환자, 가족, 전문가들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 특히 의사들의 협력이 가장 필요한 만큼 머리를 맞대고 허심탄회하게 논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오는 4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의료계를 비롯한 각계 대표, 전문가들과 함께 의료개혁 과제를 깊이 있게 논의하겠다”며 “대통령인 제가 여러분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료개혁을 논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선배, 후배, 동료들이 환자의 곁을 떠난 여러분의 자리를 채우기 위해 힘들게 일하고 있다”며 “환자 곁을 떠난 의료진들은 환자의 곁으로 다시 돌아와 주기를 당부드린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