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3주가량 앞두고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후보의 ‘막말·망언’ 논란이 증폭 되고 있는 가운데, 당내 다른 의원 등을 상대로 “바퀴벌레” 등의 멸칭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돼 공천 취소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양 후보는 2022년 6월23일 페이스북에 “대선 패배의, 지선 패배의 원인은 문재인 정부의 이낙연, 정세균, 김부겸 총리의 무능이 핵심 원인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우유부단함이 핵심이 아닌가”라며 문 전 대통령을 직격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 경남도지사 후보로서 낙선한 뒤인 2022년 6월3일에는 “제 끝난 선거, 당내 바퀴벌레 박멸을 향한 투쟁의 시작”이란 제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해당 글에서 “이제부터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의 쇄신 혁신 개혁을 위해 할 말은 하고 해야할 말 아끼지 않겠다”고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그러면서 “3.9 대선패배를, 6.1 지선패배를 기다렸다는 듯, 바퀴벌레처럼 튀어나오는 중앙당의 말깨나 하는 이들을 향한 투쟁, 언론에 자기 이름 한 줄 걸치고 싶어 해당행위에 거리낌 없는 관종들을 향한 투쟁, 거침없이 쇄신 혁신의 깃발을 들고 뛰겠다”고 강조했다.
양 후보는 비슷한 시기 페이스북에 “지난 한 달 동안, 선거한다고, 비어두었던 집안이 엉망이다. 지금부터 집청소한다. 끝나고 바퀴벌레 박멸 스프레이 뿌리려 한다”는 소개글을 올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그는 다른 페이스북 글을 통해 “민주당의 쓰레기들”이라며 “제발 파란 옷의 기호 1번으로 분투했으나 낙선한 후보들께 3월과 6월의 연패로 실망하는 지지자들께 최소한의 시간은 주고, 최소한의 예의는 표하고, 당권싸움이든 선거평가든 합시다”라고 적었다.
양 후보는 “그렇게 나불대며 찢고 까부는 당신들은 이렇게 될 동안 도대체 뭐했는데”라 등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앞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1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양 후보를 만나 ‘결단’을 촉구 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양 후보가 먼저 김 위원장에게 다가와 “저한테 워낙 화가 많이 난 것 같다”고 대화를 건네자, 김 위원장은 “어쨌든 간에 상황이 이렇게 됐는데, 지금 수습할 수 있는 건 당신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스스로, 여기서 새로운 게 뭔가 더 나오면 그건 우리도 보호 못한다”고 언급 한 바 있다.
발언 대상이 전직 대통령이라는 정치인이다 보니 ‘목발 경품’ 논란의 정봉주 전 의원 등 여타 사례와 다르게 봐야 한다는 시각이지만, 비명계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18일 “책임을 물을 것인지는 국민들께서 판단할 것”이라며 양 후보에 두둔하고 나서면서 서울 강북을 공천이 취소된 정봉주 전 의원과 다른 잣대를 들이대면서 당 안팎에서 ‘형평성’ 논란까지 증폭 되고 있다.
이날 서울 마포갑 이지은 후보 지원차 연남동 경의선숲길을 찾은 이 대표는 양 후보에 대해
“국민을 주권자로 인정하지 않거나 일부 지역을 폄하하는 발언에 대해서는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체성이 의심되는 발언이야말로 진정 국민이 책임을 물어야 할 막말”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인이 정치인을 비판하는 것은 문제 삼기 어렵다는 그동안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양 후보의 노 전 대통령 비하 논란에 대해 “도를 넘었다. 극단적 언어를 쓰면서 조롱하고 비아냥대고 모멸감을 주는 표현을 하는 게 정상적이지 않다”며 “전체 선거에 미칠 영향이 분명히 있으니 후보에 대해 재검증을 해달라고 요청을 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양 후보와 경선에서 맞붙어 패한 전해철 의원은 18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용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었다”라며 “양 후보의 막말은 실수가 아니다. 세상을 보는 시각이자 인식의 표출”이라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 청와대에서 민정수석을 맡는 등 ‘원조 친노’로 분류된다.
앞서 민주당 공천 경선에서 양 후보에 밀려 낙천한 전 의원이 양 후보 논란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선 결과에 승복했던 전 의원은 “저를 포함해 같은 당 소속 의원들에게 수박, 바퀴벌레, 고름이라 멸칭하는 것을 반복적으로 해 왔다”며 “지지하는 정당이 다른 국민을 ‘2찍’이라 폄훼하는 것에도 주저함이 없었다. 본인이 출마하겠다고 온 안산갑에 대해 ‘지저분하고 장난질 잘하는 동네’라고 규정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후보로서 이런 행태를 보여선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