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시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에서 용역업체 직원들과 종사자들 사이 대치가 벌어졌다. 당장은 인명피해 없이 일단락됐지만 일부 직원들과 종사자 사이 고성이 오가며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도 있었다.
파주시청이 19일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 주변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가림막을 철거하려 시도했지만 종사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양측의 대치는 지난해 파주시가 용주골 폐쇄를 선언한 이후부터 거듭됐다. 시는 주변 안전을 위한 조처라지만, 종사자들은 CCTV 설치와 가림막 철거가 성매매 단속의 일환으로 파주시의 용주골 폐쇄 방책이라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시가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 50여명과 시청직원들은 중장비와 함께 CCTV 설치 작업에 나섰다. 충돌 상황을 고려해 경찰 인력 65여명이 현장에 출동하기도 했다. 일부 종사자들은 CCTV 설치를 막기 위해 전봇대 위로 올라가 고공시위를 벌였다.
소방은 에어 매트를 설치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강풍이 부는 날씨였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전봇대 관리 책임이 있어 이날 함께 현장에 온 한국전력 직원들은 종사자들이 고공시위를 벌이지 못하도록, 전봇대에 오르기 위해 박는 일종의 대형 못인 디딤쇠를 제거했다가 다시 설치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가림막 철거 시도가 있었던 이날 오후에는 대치 상황이 격해졌다. 철거를 제지하기 위해 종사자들이 가림막으로 접근하려 하자, 용역업체 직원들이 이를 막으며 실랑이가 벌어진 것이다. 양측에서 언성을 높이는 일촉즉발의 상황도 목격됐다. 대치가 지속되자 시와 용역업체는 오후 2시30분쯤 용주골에서 철수했다.
파주시는 CCTV 설치와 가림막 철거가 성매매 단속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CCTV 설치는 범죄 예방을 위한 것이고, 가림막 철거 역시 노후로 인한 사고 방지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파주시 관계자는 “행정 예고 후에 일반적인 방범 및 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설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종사자 측은 즉각 반박했다. 파주시의 용주골 폐쇄 선언과 이번 조치가 무관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용역업체 직원들뿐만 아니라 파주시청 소속 ‘성매매 집결지 정비’ 태스크포스(TF) 팀장도 용주골을 방문해 현장을 감독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름(활동명)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활동가는 “지난해부터 CCTV 설치 시도가 있었는데 매번 TF 팀장이 현장에 왔다”고 말했다.
종사자 측은 파주시가 대화 요청은 거부하며 기습적으로 CCTV를 설치하고 가림막을 철거하려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여름 활동가는 “시가 철거를 강행하려고 용역업체 직원들을 동원한다”며 “충분히 소통과 타협을 거쳐서 해결할 문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론보도] 「파주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 철거」 밀착취재 기사들 관련
본보는 지난 3월 8일 자 「"우린 한때 애국자" 용주골 철거 막는 성매매 종사자들 [밀착취재]」 제목의 기사를 비롯한 다수의 기사를 통해, 파주시청과 성매매 종사자들 간의 갈등 내용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파주시청 측은 “집결지 폐쇄를 위해 성매매피해자, 업주 대표 등과 충분히 면담을 실시하였으며, ‘파주시 성매매피해자 등의 자활지원 조례’를 제정하여 자립기반 마련을 위한 생계비, 주거비, 직업 훈련비, 자립 지원금 지급 등의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그리고 파주시 성매매 집결지 폐쇄 정책은 ‘용주골 지우기’가 아닌, 여성들에 대한 성착취를 멈추고 성매매피해자의 건강한 사회 복귀를 위함이며, 집결지 폐쇄 이후에는 이곳을 여성 폭력에 대한 기억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문은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