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와 그 위성 정당들이 그제까지 4·10 총선에 나설 비례대표 후보들과 순번을 정해 발표했다. 비례대표 제도의 도입 취지는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인재나 기성 정치에서 소외돼 온 청년, 여성 등이 국회에서 일할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그런데 여야가 내놓은 비례대표 후보들 면면을 보면 이런 기준에 못 미치는 이가 허다하다. 되레 법치주의를 부정하고 우리 국민의 국가관을 뒤흔들 목적으로 공천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지역구 없이 비례대표 후보만 내는 조국혁신당은 박은정, 조국, 신장식, 황운하, 차규근 후보 등을 당선 가능성이 높은 선순위에 배치했다. 조, 황 후보는 1심 또는 2심에서 유죄 선고가 내려진 피고인이다. 박, 차 후보는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다. 여기에 신 후보는 음주운전 등 전과 4범이다. 의정활동을 하겠다는 건지, ‘방탄’을 하겠다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위성 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진보당의 추천을 받아 정혜경, 전종덕, 손솔 후보를 비례대표 명부에 올렸다. 3명 다 선순위에 배정돼 국회 입성이 무난해 보인다. 문제는 이들이 과거 반미·친북 성향 단체에서 일하며 주한미군 철수 등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추천한 후보 중에도 국가보안법 폐지나 미군기지 반환을 외친 이들이 있다. 반미·친북이 민주당의 정체성인지 이재명 대표에게 묻고 싶다.
국민의힘 위성 정당인 국민의미래라고 나을 것이 없다. 비례대표 17번에 내정됐던 이시우 전 국무총리실 서기관은 지난해 골프접대 의혹으로 4급 서기관에서 5급 사무관으로 강등됐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어제 공천이 취소됐다. 취약 지역인 호남 출신 후보 일부는 아예 당선이 힘든 후순위로 내몰렸다. “광주와 호남의 마음을 얻고 싶고, 광주와 호남의 선택을 받고 싶다”던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말은 허언이었나.
이처럼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후보들이 공천된다는 점 말고도 지금의 비례대표제는 심각한 결함을 안고 있다. 여야가 만든 위성 정당에 소속 현역 의원 꿔주기를 하는 황당한 행태 등이 대표적이다. 선거가 끝나면 바로 없어질 위성 정당들이 수십억원대 국고보조금까지 챙긴다니 이런 혈세 낭비가 따로 없다. 비례대표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다. 총선 후 여야가 현행 비례대표 제도를 전면적으로 손질하지 않는다면 국민들 사이에 비례대표 폐지론까지 불거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