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인 성능 앞에서 피아식별은 무의미했다. 자체 인공지능(AI)칩 개발을 선언하며 ‘엔비디아 대항마’를 자처했던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알트만마저 엔비디아가 공개한 새 AI칩을 극찬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엔비디아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SAP 센터에서 개최한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에서 새로운 AI칩 아키텍처(프로세서 작동방식) ‘블랙웰’을 소개했다.
블랙웰은 2022년 엔비디아가 공개한 ‘호퍼’ 아키텍처를 대체할 새 플랫폼이다. 게임 이론과 통계학을 전공한 수학자이자 흑인으로는 최초로 미국국립과학원에 입회한 데이비드 헤롤드 블랙웰을 기리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아주 아주 큰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소개하겠다”며 블랙웰 기반 GPU인 B100, B200을 공개했다. 그는 “블랙웰 GPU는 새로운 산업 혁명을 구동하는 엔진”이라며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B100은 현존하는 최신 AI 가속기이자 엔비디아를 AI 시장 절대 강자로 군림하게 한 H100보다 연산 처리 속도가 2.5배 더 빠르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H100을 사용할 경우 GPT 훈련에 90일 동안 8000개의 GPU가 필요하지만, 블랙웰 GPU의 경우 같은 기간 2000개로 작업을 마칠 수 있다. B200은 B100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메모리를 강화해 더 높은 성능을 발휘한다.
엔비디아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 추론 성능이 H100보다 최대 30배 뛰어난 솔루션을 제시하기도 했다. 엔비디아의 슈퍼칩 ‘GB200 그레이스 블랙웰’을 36개 장착한 ‘GB200 NVL72’라는 컴퓨팅 유닛이다. GB200 그레이스 블랙웰은 두 개의 B200과 엔비디아 자체 중앙처리장치(CPU)를 하나로 패키징한 AI칩이다. 황 CEO는 GB200 NVL72가 H100 대비 비용과 에너지 소비를 최대 25배까지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빅테크의 CEO들은 앞다퉈 엔비디아에 손을 내밀었다. 황 CEO는 “아마존, 델 테크놀로지스,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 오라클, 테슬라 등 많은 기업이 블랙웰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특히 오픈AI의 CEO 샘 알트만이 눈에 띄었다. 알트만은 “블랙웰은 엄청난 성능 도약을 제공하고, 최첨단 모델을 제공하는 우리의 능력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AI 컴퓨팅을 향상시키기 위해 엔비디아와 계속 협력하게 돼 기대가 매우 크다”고 했다. 최근까지도 엔비디아의 AI칩 독점을 비판하며 자체 AI칩 생산을 위해 최대 7조달러(약 9300조원) 규모의 펀딩을 추진한 그였다.
다른 빅테크 CEO들도 마찬가지였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현재 AI를 위한 엔비디아 하드웨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메타 창립자 겸 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블랙웰을 사용해 오픈 소스 라마 모델을 훈련하고 차세대 메타 AI와 소비자 제품을 구축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글 CEO인 순다르 피차이는 “엔비디아와 오랜 파트너십을 맺게 된 것을 행운으로 생각한다”고 구애했다.
업계에선 B100·B200 칩 1개의 가격이 5만달러에서 최대 1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번 슈퍼칩을 통해 이미 AI칩 시장 80% 이상을 장악한 엔비디아의 독점적 지위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