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쐐기 박은 정부… 정원 배정 서울 0명·지방 1639명 확정

정부, 배정결과 발표… 경인 361명
27년 만에 정원 ↑… 올 고3부터 적용
韓총리 “적당한 타협은 국민 피해”
의대 교수협 “배정 철회하라” 격분

정부가 2000명 늘어난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의 배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27년 만의 의대 증원이 이뤄지게 됐다. 이번 의대 증원은 ‘지역의료 확충’에 방점이 찍힌다. 정부는 비수도권 의대에 늘어난 증원 2000명 중 1639명(82%)을 배정하고, 경기·인천지역에 361명(18%)을 배분했다. 서울지역 의대 정원은 늘리지 않았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 1만1900명이 집단이탈한 지 한 달여 만에 정부가 증원에 쐐기를 박은 것으로, 의료계가 강력 반발하면서 이번 사태는 ‘변곡점’을 맞게 됐다. 오는 25일 전국 의대 교수들의 집단사직과 전공의 면허정지 조치가 현실화하면서 의·정 갈등이 격화하고 심각한 ‘의료대란’이 시작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의대 증원 배분 발표를 한 20일 대구 한 대학병원 수술실 앞에서 시민들이 한덕수 국무총리의 의대 증원 배분 관련 대국민 담화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과대학 2000명 증원은 의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숫자”라며 “내년부터 2000명을 증원하더라도 우리나라 의대의 교육 여건은 충분히 수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료계 집단행동에 대해 “정부는 정치적 손익에 따른 적당한 타협은 결국 국민의 피해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료계 반발로 의대 정원 351명을 감축한 점을 언급했다. 한 총리는 “그때 351명을 감축하지 않았더라면 지금까지 6600명의 의사가 추가로 확보되었을 것이며, 2035년 1만명이 넘는 의사가 배출됐을 것”이라며 “2000년의 타협이 2035년의 의사 부족을 초래했고, 올해의 갈등과 분란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우선 비수도권 27개 대학에는 1639명을 증원하기로 했다. 현재 전국 의대 정원(3058명)의 66.2%인 비수도권 의대 정원은 내년부터는 3662명으로 72.4%까지 높아진다. 정원 50명 이하 ‘미니 의대’만 있던 경기·인천권 5개 대학에 전체의 18%인 361명이 배분됐지만, 서울지역 8개 대학에는 증원된 정원을 배분하지 않았다. 서울과 경인지역 의료여건 편차 극복을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교육부는 “모든 국민이 어디서나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3대 배정 기준을 토대로 정원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1998년 이후 27년 만에 의대 증원을 밀어붙이자 의료계는 강력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더 이상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의료 붕괴 정책을 강압적으로 밀어붙이지 말라”고 주장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 전국 33개 의대 교수협의회 대표 등은 “배정을 철회하라”며 증원 배정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이날 서울행정법원에 추가로 냈다. 방재승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은 이날 방송에 출연해 “정부가 너무나 폭주기관차처럼 달려가고 있다”며 “어떻게든 협상 테이블에 다시 정부와 의협, 전공의들이 앉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