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돌며 팔도 지원 유세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국회의원 총선거를 준비하는 숨이 가쁘다. ‘윤석열 정권 심판’ 기조를 내걸고 같은 당 후보에게 힘을 불어넣는 와중에 당 안팎에서 민주당과 비례연합정당 더불어민주연합에 적잖이 신경 쓰이는 일이 계속 나오면서다.
◆조국혁신당의 약진…‘지민비조’ 아니고 ‘비조지민’
무관심하려 애써도 아무래도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조국혁신당 약진이 제일 크다. 당원 10만을 모은 것으로 알려진 조국혁신당은 총선에서 내친김에 원내교섭단체까지 만들 수 있는 비례대표 의원 스무 명 배출을 바라보는데,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민주당과 민주연합에 표 던지는 이른바 ‘몰빵론’을 앞세우는 민주당으로서는 특성이 상대적으로 확고해 보이는 조국혁신당 지지자 마음을 가져오기 쉽지 않아 보인다.
애초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에서 시작한 조국혁신당의 구호가 ‘비조지민(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지역구는 민주당)’로 언급되면서, 조국혁신당을 찍으러 가는 김에 지역구 표는 민주당에 던진다는 뜻이 아니겠냐는 해석도 일부에서 나온다. 제1야당의 자존심에 어쩐지 스크래치를 낼 수도 있는 대목이다.
민주당에서 탈당해 김종민·이낙연 공동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미래에 합류한 홍영표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20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지민비조가 아니라 비조지민으로 순서가 바뀌었다’는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의 말에 “조국혁신당을 찍는 분들은 분명한 이유와 근거가 있다”고 짚었다.
홍 상임선대위원장은 “조국의 억울함을 해소하고 명예를 회복시켜줘야 한다는 생각을 (조국혁신당 지지자들은) 가지고 있다”며 “‘정말 이재명 대표는 더 이상 안 되겠다’, ‘이번에 공천도 보니 민주당의 사당화다’라는 분들이 많이 결합했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말하기에 앞서 그는 “(민주당도) 처음에는 조국혁신당 하면 ‘조금 하다 말겠지’ 그랬는데, 고공행진 중인 (조국혁신당을 볼 때) 지지율이 총선까지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조국혁신당 명예당원’ 발언 박지원에도 경고장 날려
박지원 민주당 해남·완도·진도 후보의 ‘조국혁신당 명예당원 수락’으로 해석된 유튜브 방송 발언도 이 대표에게는 신경이 거슬리는 대목이다.
앞서 박 후보는 지난 18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함께 유튜브 채널 ‘시사IN’의 ‘김은지의 뉴스IN’에 출연해 조 대표의 ‘명예당원으로 모시고 싶다’로 비친 발언에 “명예당원 좋다”고 흔쾌히 답했다. 그러면서도 속으로 ‘아차’ 싶었는지 박 후보는 “그런다고 민주당에서 공천장 받았는데 취소하겠나”라며 “저는 바른말을 하는 거고, 크고 넓게 보고서 검찰 정권을 종식하는 총선이 되어야 한다는 걸 분명히 말한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조국혁신당이 비례정당도 안 됐을 거고 지금처럼 드센 기세를 보이지 않았을 거라는 이유를 대면서, 처음부터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을 끌어안지 않은 결정을 ‘패착’이라고 이 방송에서 주장했다. 조국혁신당을 민주당이 끌어안았다면 ‘윤석열 정권 조기 종식’이라는 목표에 힘 싣는 200석 달성도 훨씬 수월했으리라는 관측과 맞닿아 있다.
이 대표는 유튜브 방송 이튿날인 19일 강원 춘천시 중앙시장에서 기자회견 질의응답 중 ‘박지원 후보가 조국혁신당의 명예당원을 수락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이 나오자, 옆에 있던 백승아 더불어민주연합 공동대표의 손을 잡고 “우리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정당은 더불어민주연합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연히 명예당원을 하더라도 더불어민주연합 명예당원을 해야 한다”고 무언의 메시지를 던졌다.
여기서 더 나아가 민주당은 20일 ‘조국혁신당 명예당원’ 발언을 한 박 후보에게 경고조치를 내렸다.
신현영 선대위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지원 후보가 타당의 명예당원이 되는 것이 좋다고 한 데 대해 공개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며 “당은 그에게 엄중히 경고하는 것으로 이 사안은 일단락됐다”고 전했다. 신 대변인은 ‘박 후보가 별도의 공천 불이익을 받지는 않느냐’는 물음에 “지금으로선 경고 조치를 한 것”이라며 “민주당은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과 함께한다는 것을 명확히 국민들에게 말하고자 한다”고 부각했다.
이 대표는 인천 서구에서 연 현장 기자회견에서 “박 후보의 발언은 사실 해당(害黨) 행위에 해당하는 매우 심각한 발언”이라며 “어젯밤 최고위 안에서 격론이 있었다. 중징계를 해야 한다, 공천장을 회수해야 한다 등 주장도 있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최고위는 그 문제의 처리 권한을 당 대표에게 위임하기로 의결했다”며 “그런데 오늘 박 후보가 잘못을 명확히 인정하고 공개적으로 사과의 글을 냈기 때문에 그 점을 참작해 엄중 경고하는 것으로 종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향후에 그런 해당 행위에 대해서는 그 이상의 제재를 할 수밖에 없다”고도 덧붙였다.
SNS에 글을 올려 ‘조국혁신당에 대한 덕담 차원이었지만 부적절했다니 사과한다’고 한발 물러섰던 박 후보는 21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해당 발언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저는 잘못한 건 사과한다”고 밝혔다. 특히 민주당 지지자들의 심기를 더 이상 건드리지 않으려는 듯 박 후보는 “저는 윤석열 대통령과 다르다”거나 “저는 뼛속까지 민주당이다”라는 말을 더했다.
◆어차피 계양을 승리는 이재명?…“넉넉하게 이긴다”
안팎으로 신경 쓰이는 상황속에서 원희룡 국민의힘 후보를 상대로 한 지역구 대결에도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데, 민주당은 그래도 이 대표가 이길 것으로 내다본다.
박찬대 민주당 인천 연수갑 후보는 2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계양을 판세를 어떻게 읽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계양을은 우리 민주당이 이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박 후보는 ‘득표율 차가 어느 정도인지도 관심사 아닌가’라는 질문에 “득표율을 얼마 정도로 벌려서 이기겠다고 말하는 건 섣부른 것 같다”면서도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 승리를 위해 전국으로 다니시는데, 그래도 시간 날 때마다 짬짬이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며 노력 중이어서 넉넉하게 이길 거라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한 명의 국민이라도 더 만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듯 이 대표의 SNS에는 지난 20일 ‘3월19일 하루 동안 365㎞를 누볐다’는 내용의 글이 게재됐다.
비서실 이름으로 올라온 글은 “대표가 이렇게 간절한데 후보와 선거운동원들이 발로 안 뛸 수 있겠느냐”라며 “이번 선거,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하다. 이재명 대표와 함께 뛰고 또 뛰겠다”고 적혔다. 게시글에 포함된 19일 하루 이 대표의 이동 거리는 ▲인천-춘천 125㎞ ▲춘천-원주 86㎞ ▲원주-이천 64㎞ ▲이천-성남 37㎞ ▲성남-여의도 32㎞ ▲여의도-인천 21㎞로 총 365㎞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