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어제 귀국했다. 내주로 예정된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라는 이례적인 행사 참석을 이유로 들었다. 이 대사는 “체류하는 동안 공수처 조사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리고는 “호주대사 의무에 충실하겠다”고 했다.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자신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의 본질과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 대사 문제는 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는, 출국금지 상태인 핵심 피의자를 대사로 내보내고, 공수처 약식 조사를 이유로 출국금지를 해제한 것이 사안의 본질이다. 이게 공정과 상식의 원칙에 부합되지 않기 때문에 국민적 공분을 부른 것이다. 적잖은 국민의힘 출마자들이 그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이유다. 어제도 경남 양산을 후보인 김태호 의원이 “계급장 떼고 수사받는 게 국민 눈높이”라고 했고,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장도 ‘자진사퇴’를 해법으로 언급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왜 굳이 이런 사람을 대사로 발탁했는지 의문이다. 꼭 대사로 임명해야 했다면 공수처 수사 등 법이 정한 절차가 마무리된 뒤에 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