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올해 기존 시나리오 유지 일각 “한은 이르면 7월 인하” 예상 1100조원 규모 가계부채도 ‘변수’ “물가 확신이 들어야 움직일 것” 전문가들 “4분기쯤 인하 가능성”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20일(현지시간)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한국은행도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목표치인 연 2% 초반으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다가 3분기 이후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로 5연속 동결하고 지난해 12월 제시한 0.25%포인트씩 3차례(총 0.75%포인트) 금리 인하 시나리오는 그대로 유지했다. 다만 내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3.6%에서 3.9%로 0.3%포인트 상승, 인하 횟수를 한 차례 줄였다. 시장에선 ‘연내 금리를 낮추겠지만 서두르지 않고, 이후 인하 속도도 빠르지 않을 것’으로 해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오는 6월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하는 확률은 전날 55.6%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70.9%로 껑충 뛰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6월에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시작하면 한은도 이르면 7월에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2분기 이후 수출 증가율이 둔화할 뿐 아니라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구조조정에 따른 건설 부문 부진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소비 부진도 이어질 것”이라며 “한은도 7월부터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불확실성을 이유로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처럼 한은의 금리 결정에도 최근 튀어 오른 물가가 최대 걸림돌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2일 9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하면서 “물가가 굉장히 울퉁불퉁한 길을 내려오고 있다”며 “금융통화위원은 대부분 금리 인하 논의를 시기상조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도 지난 14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상승률이 점차 둔화해 올해 말 2%대 초반에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물가 안정기 진입의 마지막 과정에서 유의할 리스크가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7월 역전된 뒤 역대 최대로 벌어진 미국과의 금리차(2.0%포인트)와 사상 최대 규모인 1100조원대 가계부채도 금리 인하 시기를 두고 고민을 더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연준이 연내 3회 인하 전망을 고수한 것은 1·2월 데이터에 좌우되지 않았다는 의미이며 이는 곧 단기 데이터보다는 물가에 대한 확신이 들 때까지 안 움직이겠다는 것”이라며 “한은 역시 경기 흐름이나 물가 등 거시지표를 고려할 때 7월 인하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3분기도 부담되는 상황이고 4분기 정도 돼야 금리 조정을 구체적으로 얘기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도 “시장이 예상하는 미국 금리 인하 시점이 3월, 5월을 거쳐 또 6월로 늦춰지는 분위기”라며 “한은은 미국이 인하 기조로 돌아서 꽤 금리를 낮춘 뒤에야 모든 것을 확인하고 4분기쯤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