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치, 왁싱, 염색, 사우나…오재원의 치밀했던 범행 흔적 지우기

오재원, ‘필로폰 투약’ 혐의 일부 시인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를 받는 전 국가대표 야구선수 오재원 씨가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전 야구선수 오재원(39)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가운데, 그가 직접 자신의 투약 사실을 인정하는 통화 내용이 공개됐다.

 

21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오씨가 받고 있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및 대리처방 혐의에 대해 “일부 시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오씨는 함께 마약을 투약했다는 한 여성의 신고로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음성 판정이 나와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경찰은 오씨가 마약을 투약한 정황을 추가로 발견해 지난 19일 그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그를 체포했다.

 

21일 연예매체 디스패치의 보도에 따르면, 오씨는 그동안 마약투약 사실을 숨기기 위해 헬스장과 사우나,찜질방 등에서 일부러 땀을 많이 흘렸다고 한다. 또한 머리 염색이나 왁싱 등 미용 시술도 꾸준히 받아왔고, 본인 차량 안에 토치와 라이터를 구비해놓고 사용한 바늘과 솜뭉치를 직접 처리하는 등 범행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A 씨는 디스패치와의 인터뷰에서 오재원과 함께 총 13회에 걸쳐 필로폰을 투약했다고 털어놓았다. 필로폰은 오재원이 구해온 것이라고 했다.

 

약을 계속 복용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져가던 A씨가 오재원에게 자수를 권유하자, 오재원은 “차라리 죽겠다”고 말하며 완강히 거부했다. 심지어는 약물을 복용했다는 증거가 남아있는 A씨의 휴대전화를 망치로 부숴버리기까지 했다. 오씨가 폭력까지 행사하자 두려움을 느낀 A씨는 자수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그를 달래주었다.

 

하지만 오씨는 지인의 아파트 소화전에 필로폰과 주사기를 넣은 안경통을 숨겨 놓았다가 적발되었다. 아파트 전체의 소화시설 점검일, 소화전을 확인하던 경비원이 안경통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지난 10일, 오재원은 간이검사결과 음성판정을 받아 풀려나긴 했지만 소화전에서 발견된 주사기의 유전자와 오재원의 유전자가 일치해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단서가 되었다.

 

긴급 체포되기 하루 전인 19일, 오재원은 A 씨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혼자만 했다고 하지 왜 나까지 끌어들이냐”고 A씨를 원망했다.

 

그는 또한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해서도 부인하면서 “우리가 옛날처럼 (마약을) 주야장천 한 게 아니라 단 며칠, 그것도 조금씩 했으니까 안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A씨가 “형사님 앞에서 거짓말하기가 쉽지 않다”라며 불안한 기색을 보이자, 오재원은 “그냥 서로 주고받은 게 없다고 생각하세요”라며 그를 안심시켰다.

 

오씨의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21일 오후 4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