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파크골프장 400곳… 체육시설 넘어 관광인프라 역할 [이슈 속으로]

지자체 ‘파크골프장’ 조성 붐

2023년 환경영향평가법 개정 규제 완화
5년 새 2배로… 지역경제 활성화 견인차
전남, 2024년까지 100곳 목표 확대 추진
화천, 3년간 누적 입장객 56만명 육박
군위군, 23만㎡ 규모 관광특구 청사진

파크골프장 상당수가 하천변에 들어서
수질오염·생태 교란 등 환경훼손 우려
난개발 지양·장기 발전 계획 마련 시급

2024년 ‘파크골프경영과’로 명칭 변경
경영·마케팅부터 실습까지 복합 교육
“단순 스포츠 아닌 노인 복지의 방편
사전 예약제 등 보완책 논의 이뤄져야”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난해 낙동강변 구미·동락·양포·선산·도개·해평·옥성 등 7곳에 설치한 파크골프장을 철거하라고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 경북 구미시가 낙동강변에 잇따라 파크골프장을 만들었는데 이 과정에서 강변을 사용해도 된다는 허가를 받지 않아서다. 이에 구미시와 지역 파크골프협회, 동호회 등은 “지나친 규제”라며 중앙 정부에 규제 개혁을 건의해 이달부터 파크골프장 운영에 들어간다.
2023년 5월 강원 화천군 하남면 산천어 파크골프장에서 ‘전국 파크골프 왕중왕전’ 예선이 열리고 있다. 화천군 제공

아울러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을 개정해 하천법상 친수지구에서 하천 점용허가 대상 사업을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에서 제외해 이번 파크골프장 양성화가 가능해졌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파크골프장 전면 양성화가 완료되면서 현재 조성 중인 옥성 9홀 구장과 함께 전체 216홀 규모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파크골프장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파크골프장이 체육시설은 물론 관광 인프라 역할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어서다. 하지만 동호인이 늘고 골프장 시설도 여기저기 생기다 보니 대부분 공원 부지와 둔치 등에 조성하는 탓에 생태 환경 파괴, 홍수 피해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만만치 않다.



◆전국 일선 시·군 너도나도 ‘짓자’

파크골프는 이른바 ‘미니 골프’로 불린다. 처음부터 끝까지 파크골프 전용 채 하나로 일반 골프보다 큰 공을 친다. 한 홀 길이가 40∼100m로 일반 골프(200m 이상)보다 짧다. 보통 3000∼1만원 수준의 요금만 내면 1∼2시간 동안 9홀 또는 18홀 경기를 할 수 있다. 1983년 일본에서 처음 시작된 파크골프는 2000년부터 국내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부상 위험이 거의 없고 잔디를 밟으며 야외에서 주변 풍광을 즐길 수 있어 장·노년층 사이에 크게 인기다. 22일 대한파크골프협회에 따르면 2019년 전국 226곳이던 파크골프장은 올해 3월 현재 400곳까지 늘었다. 시·도별로는 경북 62곳, 경남 60곳, 경기 43곳, 전남·강원 36곳씩 등의 순으로 많다.

각 지자체는 경쟁적으로 파크골프장 신설이나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대구시는 금호강변 부지에 파크골프장 4곳(총 108홀)을 신설하고 2곳은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그동안 광역단체 가운데 가장 많은 33곳(군위군 제외)의 파크골프장을 조성했다. 회원 수도 2020년 1만204여명에서 지난해 2만1774명으로 크게 늘었다.

전남도는 내년까지 파크골프장 100곳을 조성하는 목표를 세웠다. 전남에는 목포 삼학도·나주 빛가람 호수공원 파크골프장 등 36곳이 있다. 충남도는 연말까지 파크골프장 30개를 신·증설할 계획이다. 파크골프장이 3곳 있는 제주도는 최근 80억원을 들여 4곳을 새로 짓고 기존 1곳의 규모를 2배로 넓힌다. 충북도는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모든 시·군에 파크골프장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많은 지자체가 단체장까지 직접 나서 파크골프장을 약속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도심 파크골프장은 저렴한 비용으로 지역민 스포츠 시설 확충, 고령층 레저 활동 등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지자체마다 관심이 매우 많다”고 전했다.

강원 화천군 하남면 산천어 파크골프장에서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즐겁게 티샷하고 있다. 화천군 제공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효자 노릇 ‘톡톡’

인구 2만4000여명의 강원 화천군의 경우 파크골프가 지역 경제를 이끄는 대표 효자 상품으로 통한다. 매주 수백 명의 동호인이 방문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 단단히 한몫하고 있어서다. 화천군은 한때 군부대 철수와 코로나19로 외지 방문객의 발길이 뚝 끊겨 지역 경제도 직격탄을 맞았다. 군이 파크골프에 주목한 건 2021년부터다. 하남면에 산천어골프장을 열고 전국 대회도 유치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2021년 7월부터 지난해까지 군내 파크골프장 누적 입장객은 55만7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절반이 넘는 29만여명이 외지인이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간동면과 사내면에 각각 18홀 규모 파크골프장을 추가로 조성해 연중 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7월 경북에서 대구시로 편입한 군위군도 150억원을 들여 2025년까지 의흥면 이지리 일원 23만㎡에 전국 최대 규모(180홀) 파크골프장을 조성해 ‘레저스포츠 관광특구’로 만든다는 복안이다. 김진열 군위군수는 “인근 삼국유사테마파크와 연계해 파크골프장을 활성화하고 문화·관광 여가 시설을 갖춘 관광단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학에서도 파크골프 관련 학과를 개설해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대구 영진전문대학교는 2022년 전국 최초로 ‘파크골프경영과’를 신설해 올해 첫 졸업생 21명을 배출했다. 평균 연령 65세, 최고령 79세 만학도로 구성된 이들은 지난해 ‘제1회 전국 파크골프 대회’ 대학부 우승을 차지했다. ‘파크골프 1급 지도자’ 자격증 시험에는 9명이 합격하기도 했다. 최고령 졸업생 박종성(79)씨는 아예 파크골프 관련 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지난 15일 대구 달성군 위천파크골프장에서 열린 ‘제1회 대통령기 전국 파크골프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티샷을 하고 있다. 달성군 제공

◆하천변에 들어서 난개발·환경훼손 우려도

파크골프장 상당수는 경사가 완만한 하천변에 들어서고 있다. 하천변은 국유지라 토지 매입 비용이 적게 들고 빠르게 조성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하천 생태계 파괴는 물론 장마나 홍수 시 하천 자정 능력과 홍수 조절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우려가 나온다. 개발 과정에서 환경청이 정해 둔 절차를 어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강과 낙동강 2개 국가하천에 조성한 파크골프장 88곳 중 56곳(64%)이 불법으로 조성됐다.

대구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파크골프장이 주로 들어서는 하천변은 습지와 연결돼 자연환경적 가치가 높은 곳”이라며 “농약 등 화학물질의 유입 가능성이 크고 생태 교란 등 각종 환경 문제가 유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에서도 지난해 10월 북구 연제동 영산강 하천 부지에 27홀 크기 파크골프장 조성을 추진하자 환경단체들이 수질 오염, 천연기념물 등 생태 환경 파괴, 홍수 시 침수 피해 등을 이유로 사업 중단을 요구하고 나서 18홀 규모로 축소했다.

주민 간 갈등 문제도 잇따른다. 경남 창원시와 창원 파크골프협회는 대산 파크골프장 운영권을 놓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창원시는 협회가 파크골프장을 무료로 운영한다는 협약을 위반하고 회원들에게 회비를 받아 운영했다는 이유로 관리·운영권을 박탈했다.

대한파크골프협회 관계자는 “도심에서 작은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고 짧은 코스 덕에 고령층 접근이 쉬워 파크골프장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개발 과정에서 난개발은 지양하면서 장기적인 발전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진석 영진전문대 교수 “국내 대학 첫 정규 교육과정 개설… 시니어 평생학습 새 장 열 것”

 

“파크골프 대중화와 시니어들의 평생교육 실현에 앞장서겠습니다.”

 

조진석(사진) 영진전문대학교 교수(파크골프경영과)는 22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파크골프 시니어 클래스를 통해 성인 학습자들이 서로 만나고 배우고 소통하며 ‘인생 2막’을 힘차게 열어 갈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영진전문대가 파크골프 열풍에 발맞춰 국내 대학 중 처음 시니어를 위한 정규 교육과정인 파크골프경영과를 개설한 이유다.

 

영진전문대가 지난해 ‘스포츠경영과’로 개설한 뒤 올해 ‘파크골프경영과’로 명칭을 변경한 이 과의 재학생은 모두 91명이다. 재학생 대부분이 40대 이상이다 보니 재학생 평균 연령은 62세다. 대부분 파크골프의 매력에 빠져 입학한 경우다. 조 교수는 “중장년 만학도가 전부지만 일주일에 3일 수업을 하면서 하루는 파크골프 실습을, 이틀은 파크골프 관련 산업과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경영·마케팅·회계기초·재테크 등을 배운다”고 설명했다. 수업이 없을 때는 선후배가 팀을 구성해 실전 같은 경기를 하면서 서로 자세를 잡아 주거나 기술을 전수하면서 친목과 화합을 다지기도 한다.

 

대학 측은 지난 8월 구미 선산에 재학생 전용 9홀 규모 파크골프장을 개장하기도 했다. 조 교수는 “구미에 처음 개설한 파크골프 교육과정이 시니어들에게 건강한 스포츠 문화로 자리 잡고 나아가 성인 학습자를 위한 평생학습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마다 협회 등록 회원 수가 꾸준히 늘고 있긴 하지만 파크골프장은 턱없이 부족해 증설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제주의 경우 회원 수가 2017년 1512명에서 2023년 6901명으로 4.5배나 늘었다. 지난해 기준 하루 수용 인원은 766명이지만 실제 이용객은 995명으로 하루에 229명이 구장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조 교수는 “지난해 기준 전국에 등록 인원은 66% 증가하는 등 줄곧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파크골프를 즐길 구장은 매년 10% 안팎으로 늘어나는 데 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클럽 문화를 위축시킬 수 있는 파크골프장 사전 예약제 보완과 개선도 시급하다. 조 교수는 “인기가 높은 파크골프장에는 항상 대기자가 넘쳐 골고루 운동을 즐기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컴퓨터와 모바일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이 쉽게 예약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클럽 활동 개선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파크골프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노인 복지의 한 방편”이라며 “앞으로 만학도 학생들이 마음껏 캠퍼스를 누리고 새로운 도전에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