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공직을 잃게 생긴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를 살린 것은 그해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 때 ‘친형의 정신병원 강제 입원에 관여한 바 없다’는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검찰 공소사실에 2심은 벌금 300만원 유죄를 선고했다. 이게 확정되면 그는 도지사에서 물러남은 물론 5년간 피선거권도 박탈될 처지였다. 그런데 대법원이 대법관 7(무죄)대 5(유죄) 의견으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하급심에 돌려보냈다. 당시 판결을 주도한 이가 권순일 전 대법관이다.
이듬해인 2021년 대장동 사건이 터졌다. 이 지사가 경기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김만배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라는 회사에 거액의 이익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주범인 남욱 변호사는 검찰에서 ‘(이 지사) 판결이 뒤집힐 수 있도록 권 당시 대법관에게 부탁했다는 말을 장본인인 김씨에게서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역시 김씨로부터 ‘권 전 대법관이 (판결을) 뒤집은지 누가 알겠나’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한다. 실제로 김씨는 2019년 7월부터 약 1년간 8차례나 권 전 대법관과 만났다고 한다. 일반인은 접근조차 힘든 대법관 집무실을 수시로 드나들었다니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더구나 김씨는 대법원 출입신고서에 권 전 대법관 이름을 적고 구내 이발소에 갔다고 해명했는데 소가 웃을 일이다.